아들 낳으면 기차 타고 딸 낳으면 비행기 탄단 소리가 유행한지가
어언 십 년이 다 되어 가는 거 같은데…
보수적인 우리 시어머니는 죽어도 손자는 봐야겠단 분이셨습니다~
제가 딸딸이 엄마였었거든요~
저는 우리 큰딸, 작은딸만 있어도 너무 행복한데
아들 같은 건 필요 없는데도
남편이 장남이다 보니 시어머니의 은근한 재촉도 있었고
(사실은 성화~^^;;)
저도 평소 아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단 소망을 품고 있기도 해서
못이기는 척 여차저차 셋째를 갖게 되었지요.
휴~ 그런데 셋째도 딸이었지 뭡니까~
아들딸 상관없는 남편과 저야 셋째가 마냥 사랑스럽기만 했지만
시어머니 실망하신 눈치와 서운한 말씀에
눈물 한 바가지 쏟기도 했었고 남편이랑 다투기도 하는 등
낳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네요~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때는 어찌나 섭섭하던지…
첫째와 둘째 애를 출산하고 나서는 싱글벙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는데
엄마 속 많이 썩이다 힘들게 세상에 나온 셋째를 품에 안을 때는
웃어도 눈에 눈물이 고이더라구요…
시간이 참 빨리도 흘러서 세 달이 훌쩍 지나가버렸고
어느덧 백일잔치를 코 앞에 두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나기도 전에 눈칫밥 먹었던 셋째한테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전 어느 때보다도 공들여서 준비했어요~
친지들을 모시고 외식으로 때웠던 첫 애, 둘째 애 때와는 달리
집에서 직접 치뤄 내기로 하고 팔 걷어 부치고 잔치 준비를 했지요.
백일 날 천장을 예쁘게 장식할 색색 가지 풍선을
직접 불어 도르르 말린 테이프 리본도 하나씩 달고~
백일잔치에 오실 지인들을 위한 초대장도
손수 제작하면서 마음 담았어요…
우리 딸 이쁨 받게 해달라고, 행복하게 자라라고
속으로 주문 외면서요~^^
언니 도움 받아서 백일상도 직접 차려 냈는데
좀더 맛있고 보기도 좋은 상을 차리느라 인터넷을 얼마나 뒤졌던지~ㅎㅎ
칼이나 식기 등의 주방도구와 식재료 하나하나를 살균기로 세척하고
조미료도 시골 친정 집에서 직접 공수해온 좋은 것만 쓰고
백일 잔치를 위해 그릇들도 새로 장만하는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곳까지
세심하게 정성을 들였답니다~
잔치 끝나고 지인들 보내고 나니 긴장이 풀리면서
기운이 쫙 빠지는 바람에 침대에 잠시 동안 뻗어있었어요~ㅎㅎ
우리 딸 엄마가 이렇게 애쓴 거 알기나 할까요? ^^
누구보다 소중한 환희야~(예전 태명이예용~)
건강하게 자라주렴 ^^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