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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살같이 아픈 우리엄마..


BY 혀니 2010-02-01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엄마..엄마..엄마.."
엄마가 저를 낳은지 30년이 되는 날을 몇 일 앞두고 오늘 엄마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보며
못되고 못난 딸이 마음을 전해봅니다.

그래도 시골에서는 부유하던 우리 집이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갑자기 힘들어졌을때
집에서 살림만 하시던 엄마가 어느 날 부터인가 찌그러지고 커다란 대야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커다란 짐봇다리를 들고 새벽장사를 하러 나가실때는 그 모습이 너무도 보기 싫어  자는 척을 하였었지만 엄마가 잠들어 있는 우리 5남매의 얼굴을 일일이 쓰담으시면서 이불을
덮어주며 소리내지 않고 나가시려는 엄마의 발소리는 세상 가장 큰 소리로 제 가슴에 와 닿고
있었답니다.
엄마가 일을 나가시면 집안 살림은 저의 독차지였지요..장녀라는 이유때문에 다니던 학교도
그만두고 동생들 학교를 다 보내고 나서 엄마방을 청소할때면 서랍장의 반창고와 연고를 보면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반창고 수가 줄어들고 연고의 양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또 엄마가 어디를 다쳤나 보구나하는
생각에 말이죠..

언젠가 다른 날보다 늦게 돌아오신 엄마는 오늘따라 장사가 잘됐다며 바지주머니에서 꼬깃해진 지폐들과 동전들을 꺼내어 아이처럼 웃으며 좋아하시다가 지친 하루에 씻지도 않고 잠이 드신적이 기억이 납니다.

손에 꼭 쥐고 있던 지폐들을 엄마의 보물지갑인 베개속에 집어넣고 엄마의 옷을 벗기던 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험한 산길을 오르내리며 많이 몸이 상하셨으리라고 생각했었지만..
그저 가시나무들에 그을려 팔과 다리에 그을린 상처가 많으리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그런 상처들은 엄마에게 아무것도 아니었었어요..
엄마의 양말을 벗기었을때 엄마의 발은 발바닥은 물론이고 발가락 모두가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고 뒷꿈치는 피가 맺혀있으면서 마치 면도칼처럼 날카롭게 갈라져 있었습니다.
언제였던가요?
"왜 내가 동생들때문에 피해를 봐야하는데..?"하며 엄마한테 악을 쓰던 기억이..
"엄마가 늦게 들어오면 내가 얼마나 힘든줄 알아?엄마만 일하냐고?나도 하루종일 일하면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하며 때를 쓰던 기억이 나면서 왜이리 눈물이 앞을 적시던지...
세상 모든 사람들은 엄마의 그런 발을 보면서 드럽다 징그럽다 할지 모르겠지만 자식들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그 마음처럼 가슴 따뜻하고 세상 가장 아름다운 발의 모습이었답니다.

그 후로 다시는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지 않았던 저 첫째랍니다.
엄마가 자식들을 위해 당신의 삶을 바치듯이 저 또한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노력을 하였답니다.
지금 당신이 떠나가시고 이제는 다 커서 결혼을 하고 아들 딸들을 낳은 동생들을 보면 제 자신이 정말 자랑스럽고 이렇게 잘 커준 동생들에게 정말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랍니다.

그 옛날 엄마가 산길을 넘으며 채 팔지 못하고 가져온 음식들을 엄마와 함께 둘이 먹던 기억이 나네요..동생들에게는 하얀 쌀밥을 먹이고 엄마와 저는 차디차게 식은 찬밥을 먹으면서도 왜그리 맛있고 행복하던지..그 찬밥에는 엄마의 손맛이 있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생들이 잠든 후에는 마을 어귀에 나가 엄마를 기다리는 것이 저에게는 하루 중 가장 행복하고 기다림의 시간이었어요..
내 생살같이 엄마가 아프시면 저도 아파야만 했던 우리 엄마..
엄마가 지친 몸을 끌고 집에 왔을때 엄마가 좋아하시던 녹차를 우려내며 냄새나고 갈라진 발을 주물러 주던 시간이 지금 생각해보아도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노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다 큰 자식들을 보면서 미소짓고 있을 우리 엄마..
몇 일 후면 이제 엄마와 만날 수 있겠네요..
그때는 엄마가 살아 생전에 제일 좋아하시던 빈대떡을 준비해 드릴께요..

엄마가 팔다 남겨온 쉬기 직전의 음식들도 정말 맛있다며 기쁘게 먹었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장사해 집안을 다시 일으킨..
나를 이렇게 행복하게 살게 해주신 우리 엄마.
장사하다 넘어져 무릎이 멍들어 오고
아침에 일어나며 코피를 쏟던 우리 엄마.
바람이 살을 에던 추운 겨울날에도..
몸에 열이 펄펄끓던 아픈날에도..
변함없이 그큰대야를 들고나가서는..
희미한 미소와 함께 호빵 한두개가 담긴 봉지와 함께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시던..
세상에 하나뿐인..
내 생살같이 아픈 우리엄마..

이제 저는 매일 엄마가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지치신 엄마의 다리를 주물러 드리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함께 하며 엄마와
수다를 떠는 것이 제 삶의 낙이 되었거든요..

엄마
정말.. 정말로.. 사랑합니다..

그리고 엄마의 발처럼 저도 엄마의 마음을 이어받아
나중에 결혼을 하여도 엄마처럼 열심히 살께요..

엄마..오늘은 제가 엄마가 좋아하는 빈대떡을 부쳐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