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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강(空講)에 술만 퍼 먹은 불량학생


BY 일필휴지 2010-05-08

어제는 사이버대학의 오프라인 강의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또한 각자 주어진 과제물로써 약 10분 정도의 브리핑을 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제게 주어진 과제는 <독일 노동운동사>였지요.

그래서 어제 발표할 과제를 대략적으로나마 노트에 정리를 해 두었습니다.

 

독일의 철혈재상으로 알려진 비스마르크는 그러나

독일 노동자 계급을 패배시키기 위해 당근과 채찍의

전형적 자본가 패러다임의 흉계를 모색하고 도입합니다.

 

그의 생각은 노동자들에게 한 편으로는 개량(改良)을,

또 한 편으론 테러리즘(terrorism)을 부여하는 것이었지요.

이로 말미암아 독일의 노동자 계급과 자본가는 충돌하게 되며 한 술 더 떠

자본가들은 정부의 뒤에 달라붙어 노조에 대한 공격을 배가하기에 이릅니다.

 

이러한 악조건 하에서도 독일의 노동자들은 더 많은 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강행합니다.

그 결과 비스마르크가 1878년 10월 21일부터 시행한

‘사회주의자 단속법’은 유명무실해졌고 따라서

‘철혈’이란 그의 이미지에도 큰 손상을 입기에 이릅니다.

 

이러한 요지가 담긴 노트를 들고 강의장으로 가고자 시내버스에 올랐습니다.

중간쯤 가고 있는데 휴대폰이 부르르 떨더군요.

 

동기생이지만 평소 호형호제하는 ㅇ씨로부터 온 전화였습니다.

“지금 그리로 가고 있는데!

뭐? 오늘 강의는 무산되었다고? 그럼 집으로 되돌아가야 되나...”

 

어버이날이 겹친 데다가 다들 그렇게

바쁜 까닭으로 어제의 강의는 그만 사라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린 서운하였기에 금세 죽이 맞았지요.

 

“만나서 술이나 한 잔 하자고.”

“좋~지요!”

 

잠시 뒤 만난 우리는 근처의 삼겹살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오프라인 수업 뒤에 우리 동기생들은 늘 그렇게 이른바 뒤풀이를 합니다.

 

하지만 어젠 ㅇ씨와 저만의 달랑 둘 뿐인, 처음으로 갖는 ‘각별한 시간’이었지요.

하여 어제 우린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별의 별 얘길 다 하기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저는 재작년에 형님이 우리랑 공부하겠다고 1학년으로

들어오셨을 때 솔직히 얼마나 갈까 하고 의문시하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제가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그같은 덕담에 술을 또 가득 따라주지 않으면 안 되었지요.

“나는 본디 성격이 더러워서 뭐든 했다 하면

끝을 보는 스타일이거든. 암튼 잘 봐 주어 고마우이.”

 

올해로 3년 째 공부하고 있는 사이버대학은 이제 내년 2월이면 졸업입니다.

즉 저도 나이는 지천명이 넘었으되 엄연히 학생이란 얘기죠.

 

그래서 말인데 평소 교학상장(敎學相長)이란 의미를 새기며 살고 있습니다.

스승은 학생에게 가르침으로써 성장하고

제자는 배움으로써 진보한다는 의미인 교학상장의 뜻처럼

더욱 열심히 공부하여 내년의 졸업식 때는 반드시 우등상까지 받을 요량입니다.

 

비록 공강(空講)으로 말미암아 공부는 않고 술만 퍼 먹은

불량학생이었지만 어젠 정말 기분 좋은 날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우린 급기야 2차로는 노래방까지 가는 강행군까지 마다하지 않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