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난다는 건 가슴 설레는 일탈이다.
더욱이 그 여행의 목적이 어떤 역사적 현장의
탐방 내지 견학이라고 하면 더욱 흥미진진할 수밖에는 없음이다.
봉하마을로 떠나기 위한 어제의 일정은 새벽 일찍부터 시작되었다.
오전 7시 30분까지 평송 청소년수련원 앞까지 가자면
평소에도 부지런한 나로선 더 일찍 일어나야 했던 것이다.
환승하고자 시내버스를 타고 대전시청 부근서 하차하였으나
시청 입구 쪽은 영화 촬영으로 말미암아 바리케이드로 통제를 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어 택시를 타고 평송 청소년수련원 앞까지 가서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다.
모두 여섯 대의 버스가 동시에 움직였는데 중간에
두 곳의 휴게소에 정류하는 바람에 경남 김해시 진영읍 소재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와 그 지척인 추모식장엔 정오가 임박해서야 당도할 수 있었다.
자고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어제 함께 ‘역사의 현장’에 도착한 우리 <대전시민 봉하마을 방문단>
200여 명 일행 중에는 어린아이와 초.중등학생을 동반한
가족도 많았는데 어른도 배가 고팠으니 어린이들로서야 오죽했으랴.
주최 측에서는 부엉이 바위가 내려다보고 있는
조그만 잔디밭에서 점심으로 도시락을 나눠주었다.
거기서 약간 늦은 점심을 먹는 중인데 주변에서 누군가 수군댔다.
“이처럼 손바닥만한 잔디밭이거늘 ‘조중동’에서는
여기에다 호화골프장을 짓는다며 말도 안 되는 왜곡과
편파보도로써 노무현 전 대통령님께 말할 수 없는 상처를 안겨드렸지!”
“그러게 말야! 그래서 조중동을 보면 안 되는 거야!”
주지하듯 ‘조중동’이란 조선과 중앙, 그리고 동아일보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들 메이저 언론은 예로부터 권력의 앞잡이 역할을 자임해 왔다.
그 중엔 이른바 ‘밤의 대통령’이란 굴절과 오명까지를
듬뿍 뒤집어 쓴 언론사 대표도 있었음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상식이다.
점심을 먹은 뒤 사자바위와 부엉이 바위에 이어
정토원에도 올라 부처님에 이어 고인께도 절을 올렸다.
다음으로 노 전 대통령의 생가와 ‘추모의 집’ 견학에 이어
우리 일행은 다시금 아까 점심을 먹었던 잔디밭에 모였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한데 잔디밭에서 다시금 회자된 말이 그 잔디밭이 어쩜
또 다른 역사의 현장이 될 수도 있겠거니 라는 설왕설래였다.
즉 있지도 않은 ‘골프장 건설’ 운운이란 터무니없는
허투루 기사 ‘덕분으로’ 앞으로도 봉하마을을 찾는 이들에게 있어
잔디밭은 또 다른 유명세를 탈 것 같다는 이유 있는,
그리고 묵직하고 눅진한 국민적 비웃음이었다는 거다.
‘죽은 사람만 억울하다’는 말이 있다.
애매한 일을 당하여 분하고 답답한 마음을 일컫는 게 바로 ‘억울하다’이다.
고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죽는 것처럼 비통하고 참담한 건 다시없다.
말도 안 되는 누명 씌우기의 희생양으로 유명을 달리 하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족들에게 다시금 심심한 애도를 표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뭐든 직접 안 보면 믿지 말고 아울러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진실에 입각한 기사만 쓰는 진정한 기자가
진정 아쉽다는 소회를 덩달아 느끼면서 잔디밭을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