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638
“이참에 너도 담배 끊어!”
BY 일필휴지 2010-05-31
늘 그렇게 새벽이 비껴갈 무렵에 눈을 뜬다.
혹은 그보다 현저히 일찍 일어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처럼 부지런한 습관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고착화되었다.
아무튼 이렇게 일찍 일어나면 공복을 달랠 요량으로 두어 숟갈 분량의 밥을 먹는다.
밤새 잠자고 있던 쪼그라진 위장은 아침을 많이 먹지 못하도록 조종한다.
다음으론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담배를 태우려 현관을 열고 나간다.
오늘 아침에도 이같은 습관으로 현관으로 나간 시간은 새벽 4시 40분.
깜깜했던 밤을 밀어내며 점령군처럼 여명(黎明)이
파란 속살을 드러내며 하늘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담배에 불을 붙여 허공을 향해 후~ 하고 내뱉었다.
오늘은 봉하마을에 가는 날이다.
잠시 뒤 오전 7시 반까지 도착할 평송 청소년수련원 앞에서 관광버스에 오를 터이다.
대통령직을 물러나 낙향하신 당신께서 밀짚모자에
자전거 뒤엔 손녀를 태우고 고향 길을 달리던 사진을 일전 추모제에서 본 적이 있다.
생전엔 나처럼 책과 담배를 좋아하셨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님이셨단다.
백해무익의 담배라곤 하지만 경우에 따라 담배는 외롭고
쓸쓸한 이에게 있어 때론 천군만마와도 같은 위로의 대상일 수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서울의 경우 앞으론 담배를 태우다
적발되면 10만 원의 벌금을 물리겠노라는, 흡연자들을
더욱 궁지로 모는 초강수의 정책이 또 발표되었다.
수도인 서울서 이런 정책으로 나온다고 하면
지방의 경우는 머지않아 ‘초록은 동색’이라고 우르르
부화뇌동하여 한패가 되는 건 시간문제일 터이다.
문득 그제 조모님의 제사 때 가서 뵌 숙부님의 ‘금연 성공기’가 떠올랐다.
제사를 마친 시간은 자정이 가까운 무렵이었고 이어 식사를 하면서 술도 나누게 되었다.
한데도 숙부님께서는 여전히 담배를 찾지 않는
‘의지의 한국인’ 모습을 여실히 보이시는 게 아닌가.
“담배 끊으셨어요?”
“오냐!”
수십 년 동안이나 동무처럼 애지중지했던 담배를
하루아침에 끊으셨다는 숙부님의 의지가 궁금했다.
“가뜩이나 건강이 안 좋은 네 작은 어머니께 의사가 금연을 강력히 주창했단다.
그래서 담배를 끊었기에 나 또한 그리 안할 수 없었지.”
“이참에 너도 담배 끊어! 해 보니 쉽더라.”
“.......”
의지가 약한지라 명쾌한 즉답은 못 드렸다.
그랬으되 어차피 나도 결국엔 금연의 대열에 합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면초가의 궁지에까지 몰릴 것임을 모르는 바 아니었다.
여하간 어르신은 언제나 그렇게 배움의 대상이란 생각과 함께
새삼 숙부님의 숙모님 사랑에서 기초한 금연의 성공이 존경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