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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달인이다


BY 일필휴지 2010-06-08

 

어제는 전날의 일요일에 동창회에서 3차까지 갔습니다.

그 바람에 과음이 원인으로 평소보다 늦은 오전 8시 경에 출근했습니다.


그러자 늘상 오전 6시 안팎에 타는 시내버스와는

그야말로 천양지차의 확연함이 드러나더군요.

이는 우선 앉을 자리조차 없이 빼곡한 콩나물시루가 그 방증이었습니다.


다음으론 이른 아침에 사무실까지는 고작 15분 내지 20분이면 너끈히

도착하거늘 어젠 그 두 배가 넘는 얼추 40분 이상이나 소요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보는 조기출근의 이점이란 건

두말 할 나위조차 없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란 느낌으로 눅진하답니다.

‘생활의 달인’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여기엔 각 분야에서 그야말로 달인의 경지에 있는

소시민들을 발굴하여 카메라 앵글에 담아내고 있지요.

이런 개연성으로 치자면 저도 어떤 ‘달인’일 수도 있다 하겠습니다.


그 장르는 다른 게 아니라 ‘조기출근의 달인’이란 것입니다.

남들보다 세 시간이나 이른 오전 6시에

출근한 지도 어언 20년이 다 되어가지 싶습니다.


근데 이처럼 일찍 출근하면 할 일도 많습니다.

우선 사무실에 도착하면 라디오를 켜지요.


심성을 맑은 수정으로 만들어 주는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한 잔 만듭니다.

이어선 배달된 조간신문을 주마간산으로 읽지요.


이어선 어제 읽다 만 책을 폅니다.

다음으론 제가 투잡으로 활동하는 모 인터넷 매체에

수필 내지는 시사적 내용을 얼개로 하여 글을 씁니다.


9년 전부터 시작한 시민기자의 결과는

오늘까지 1천 건 이상의 잉걸기사로 도출되고 있지요.

그간에 올린(쓴) 글을 모두 3천 8백여 건인데

편집 담당자의 맘에 안 든 까닭으로 그만 사장(死藏)이 된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늘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저의

탈락된 글(들)은 에멜무지로의 함정을 피해가지 못 했다고 봐야겠지요?


하여간 글을 쓰자면 스쳐 지나가는

단상까지를 잡아낼 줄 아는 센스가 대단히 절실합니다.

또한 글자 하나라도 오기(誤記)가 되면 안 되므로

반드시(!) 사전을 곁에 두고 살펴보는 지혜 또한 기본옵션이죠.


이렇게 하여 통상 200자 원고지

6매를 쓰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30~40분이 소요됩니다.


지난주에 저는 모 문학회의 신인작가 공모전을

통하여 수필가로 등단하게 되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알음알음으로 소문이 나는 바람에 어제도 친구들로부터 축전을 받았지요.


그런데 이같은 영광의 뒤안길엔 20년 가까이나

지속해 온 저의 조기출근이 바로 가장 혁혁한 우군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도 싱그러운 여명(黎明)처럼 맑고 밝은 글을 열심히 쓰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