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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먹으면 개 되는 머피의 법칙


BY 일필휴지 2010-06-21

 

어제는 죽마고우들과의 정례모임이 있었습니다.

하여 약속시간인 정오에 맞추느라 오전 10시 차를 타고 천안으로 갔지요.


약속시간이 되자 모두 모인 우린

천안시 성거면에 최근 개업했다는 친구의 친구 식당을 찾았습니다.

근데 주인 내외는 없고 사장의 아들과 며느리만 보이더군요.


홀에 가득한 손님을 맞는 그들의 손길은

척 보기에도 초보자답게 허투루의 연속이었습니다.

“우린 방으로 가자.”


주문을 하고 얼추 30분이 지났음에도 하지만 음식은커녕 술조차 기별이 없었습니다.

“이건 뭐 명 짧은 놈은 죽겠네!”


그 즈음 시내에 나가 장을 보고 왔다는 사장님과

사모님이 들어서며 죄송하다고 인사를 하더군요.

약 1시간이나 지나서야 가장 먼저 나온 게

이른바 ‘영양탕’이라는 개고기 수육이었습니다.


“내가 시킨 삼계탕은 요?”

식당 사장님의 아들이 말하길 닭은 방금 압력솥에 안쳤다는 겁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소주 안주론 참 오랜만에(!) 개고기를 먹게 되었지요.

“나, 이거 먹으면 개 되는데...!”


친구들은 맛있다며 입이 미어져라 잘 먹었지만

저는 겨우 몇 점만을 술과 함께 먹었습니다.

그러나 그 바람에 정작 뒤에 나온 삼계탕은 1/3도 채 먹지 못 하고 말았지요.


천안 시내로 나와 당구를 쳤는데 친구 중 하나는

그 와중에도 술이 부족하다며 중국집으로 탕수육과 소주 두 병을 주문했습니다.

그 바람에 더욱 취한 저는 안 되겠다 싶어 쓰리쿠션 게임

한 판이 끝나자마자 경기도 일산서 내려온 친구와 함께 천안역으로 갔지요.


그 친구는 상행선, 저는 하행선 새마을호를 타고

서대전역에서 내리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만취하면 꼭 드러나는, 아니 개고기를 먹으면

꼭 그렇게 개가 되는 어떤 머피의 법칙이 어제도 틀림없이 또 적용되었지 뭡니까!


열차가 대전의 초입인 회덕 역(驛)을 지날 무렵까진 비교적 정신이 또렷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방심의 자만은 꾸벅꾸벅의 졸음으로 이어졌고

이는 또한 저를 그만 목적지인 서대전역을 지나 계룡역에서, 그것도

열차가 발차하기 직전에야 비로소 가까스로 하차하게끔 하는 단초를 제공했지 뭡니까!


‘아~ 이럴 수가! 먹지 말았어야 했을 개고기를 먹는 바람에 또 화를 자초했구나!!’

못난 저 자신을 자책하는 투덜거림을 연방 읊조리며

10여 분을 기다려 집 앞까지 가는 202번 시내버스에 올랐습니다.


그 즈음 총무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더군요.

“지금 어디냐? 혹여 또 언젠가처럼 목포까지 가는 건 아닌가 싶어서...”


“이번엔 천만다행으로 계룡역이다!”

일산 사는 친구에게서도 전화가 왔습니다.


“난 다 왔는데 너는?”

“....... !!”


내가 다시 또 개고길 먹으면 성을 개씨로 바꿀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