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721

사람의 가장 성스러운 즐거움


BY 일필휴지 2010-06-24

 

“네 오빤 금요일 밤 쯤에 온다고 했는데 넌 언제 올 껴?”

“글쎄요... 그날도 알바(과외)를 해야 돼서

그게 끝나자면 아마도 밤늦게나 짬이 나겠는데요.”


“그럼 토요일 날 오겠다는 겨? 그렇담 아빤 네 얼굴도 못 보겠네?”

“왜요? 어디 가세요?”


“토요일 오후에 수련원(사이버대학)에 입소해

공부를 하고 이튿날이나 돼야 나오거든.”

“그러시군요...” 


딸은 그제야 마지못한 듯 금요일 밤일지라도

시간을 쪼개 집에 내려오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내가 눈 수술을 받은 뒤로 아들과 딸은 아직 집에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들은 이번 주엔 반드시 시간을 내서 집에 오겠다고 했지요.

이에 아내는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딸도 같이 왔음 했던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저는 그래서 딸에게 쐐기를 박았지요.

“고속버스 터미널이 되었든 대전역이 되었든 간에

아빠가 마중을 나갈 테니 그 날 왔음 좋겠다!”


그건 숫제 어떤 독재자의 ‘명령’이었습니다.

직장인인 아들과 달리 딸은 여전히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예비 대학원생입니다.


그래서 돈을 버는 아들은 이따금 집에 오면

아내와 저에게 맛난 것도 사 주길 즐기죠.

그 뿐 아니라 의도적으로 할인점에도 저와 함께 가서

이런저런 생필품과 먹거리를 그야말로 수북하게 ‘장만합니다’.


아들은 고작 하룻밤만을 자고 다시 회사로 복귀하지만 그렇게 산

먹거리 따위들은 저와 아내가 언제든 꺼내먹을 수 있을만치의 넉넉한 양이죠.

고로 아들은 참 착한 효자라 아니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반면 ‘백수’인 딸은 여전히 우리 부부의 경제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위치죠.

본인으로서야 이제 대학도 졸업했으니만치

경제적 지원은 고사한다지만 부모 마음이 어찌 그럴 수 있나요?


하여 모처럼 딸이 집에 오는 양이면 아내는

없는 살림임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성의 표시’를 하는 중입니다.

아이들이 다 자라서 객지로 나가고 그래서

집에는 늘 저와 아내, 이렇게 단 둘 뿐입니다.


이런 까닭으로 퇴근해서 집에 와 봤자 딱히 별 재미가 없습니다.

나누는 이야기라고 해 봤자 지나간 연속극(시청하지 못한)의

줄거리와 시시껄렁한 신변잡기일 따름이지요.


상황, 아니 현실이 이렇다보니 특히나 아내가 몸이

아픈 즈음이고 보면 더욱 아이들이 그립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따금 원치 않았던 독재자가 되곤 하지요.


요한 페스탈로치는 ‘가정의 단란함이야 말로 지상에서 가장 빛나는 기쁨이다.

그리고 자녀를 보는 기쁨은 사람의 가장 성스러운 즐거움이다.’라고 했습니다.


그젠 딸에게 집으로 내려올 차비를 약간 송금했습니다.

그 돈으로 사랑하는 딸이 오늘 금요일엔 집에

냉큼 내려와 제 엄마랑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며 같이 잤음 좋겠습니다.


저야 뭐 항상 그랬듯 마루에서 자면 되니까요.

요즘엔 겨울 같지 않아서 마루서 잠을 자면 되레 시원하고 좋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