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초등학교 4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은
서글서글한 눈매의 남자 분으로
학생들이 아무리 말썽을 피워도 절대로
체벌을 하지 않는 분이었습니다.
대신 잘못을 한 아이와 면담을 하는데
그 면담이 너무 열정적이고 끈질겨서
그걸 듣는 것이 귀찮은 아이들은 선생님 말씀에
웬만하면 적당히 따르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매를 들지 않는 선생님을
대부분의 아이들이 만만히 생각하고
조금 버릇없이 굴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어느 날 하굣길 편의점에서의 일입니다.
과자를 사던 저와 친구가 도둑으로 몰렸습니다.
저희는 그런 짓을 한 적이 없었지만
점장은 막무가내로 저희의 가방과 주머니를 뒤졌고,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지만 학교에 전화까지 하여
선생님께서 가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자초지종을 들은 선생님은 놀랍게도
갑자기 점장의 멱살을 틀어쥐고 버럭 화를 내셨습니다.
너무 놀라 무슨 말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죄 없는 학생을 도둑으로 몰았으니
당장 사과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엄청난 서슬에 눌린 점장에게 저와 친구는
화급히 사과를 받았고, 이후 선생님에게
하굣길에 군것질을 하면 안 된다는
긴 면담의 시간을 가져야 했습니다.
제자를 자기 자식 사랑하듯 진심으로 대하시는
스승의 속마음을 십수년이 지났지만
가슴 속 깊이 깊이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