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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름을 얻고서야 당신을 알게 되었습니다


BY 짜리몽땅 2011-05-10

사랑하는 나의 엄마..
어김없이 올해도 여름이 찾아오네요..
우리네들의 어머니들의 인생이 다들 힘드셨겠지만 그렇게 고생많던 엄마의 인생에
좌절과 아픔을 주었던 그 여름의 장마철이 다가옴을 느껴요..
매년 이맘때만 되면 더위를 식혀주는 비가 내리는 날에도 항상 덥다고 집안의 모든
문을 열어두는 엄마의 모습을 올해도 또 보아야 하겠지요..

엄마..
제가 엄마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저도 기억하고 있어요.
그 1998년의 여름날 세상을 다 삼킬듯이 내리던 그 장마비를....
그때 저는 수능을 앞둔 고3이어서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밤늦게 돌아오고 있었어요..

조금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가려하는데 집 계단에 앉아있던 미현이..
고3이라 툭하면 짜증을 부리고 힘없어 하는 언니를 위해 제가 돌아올 시간에 맞쳐서
제가 좋아하는 순대를 사가지고 집앞에서 기다렸던 제 동생..

엄마..내가 미현이 얘기를 꺼내면 엄마가 힘들어할까봐 이야기하지 못하였지만
그날도 전 지친 몸과 마음때문에 그렇게 나를 신경써주는 착한 동생한테
"너는 공부는 잘되니?...요즘 모 힘든거는 없니?..비오는데 왜 나와있니? "하며 언니로써 챙겨주어야
하는 말을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어요.

그냥 단지 "고마워" 한마디만을 하고 순대가 담긴 비닐봉지를 건네받은 채 그냥 집으로 들어왔던
기억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어요..
설마..그 "고마워"라는 단 한마디의 말이 미현이와의 마지막이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친구들과 함께 산으로 놀러갔다가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서 떠내려갔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삶의 모든것을 잃은듯 무너지는 엄마의 모습을 전 아직도 잊을수가 없어요..
아마도 철부지 어린애 같았던 제가 엄마라는 존재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였던 것이 그때부터인 것 같아요..

항상 우리 자식들에게 웃음으로 대해주시던 엄마가 미현이를 떠나보내고 난 후부터는 눈물을 달고 살으셨어요..
길거리에서도..심지어는 TV속 드라마에서 미현이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을 보면 밥을 먹으면서도 눈물을 흘리시고는 하셨어요.
그래도 하나밖에 남지 않는 딸에게 눈물을 보이시지 않으시려고 금새 눈물을 닦으시고
"어서 밥먹고 우리 기분전환이나 하러 마트나 가자" 하시던 엄마였는데 제가 엄마를 또 아푸고 힘들게 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제작년 시어머니께서 자궁에 큰 물혹이 생기셔서 큰 수술을 하시면서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제가 시어머니의간호를 하면서 지친 심신에 우울증이 걸렸을때 제 손을 꼭 잡아주시면서
"우리 딸은 모든지 이겨낼 수 있으리라고 엄마는 믿는다.이 엄마가 이렇게 너의 옆에 있는데 무슨
걱정을 하니~" 하시면서 저를 꼭 끌어안아주시면서 눈물을 흘러주셨잖아요..
그리고 제가 힘든 것을 보시고 근 3주나 되는 시간동안을 저와 함께 병원에 계셔주시면서 우리 시어머니의 대소변까지 그 거치신 손으로 받아주시면서 간병까지 해주셨잖아요..
세상 모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그 끝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그 어려우면 어렵다는 사돈의 대소변을 받으면서..그리고 직접 기저귀까지 채워주시는 그 정성을 누구나 쉽게 하지는 못했을꺼예요..

그때를 생각하면 제가 정말 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그런 일을 엄마한테 하게 했었는지..조금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다른 분을 구하거나 했어야 하는데 넉넉치 못한 가정형편에 그런 생각은 차마 하지도 못했었어요..
항상 제 옆에서 고생하는 엄마를 보면서 맘 아파하면서도 정작 큰 일이 생겼을때는 또다시 엄마의 도움을 그리워하고 엄마를 아프게 하는 철없는 딸이 바로 저같은 생각에 가슴이 너무 아프답니다.
이제 몸이 좋아지신 시어머니도 가끔 저를 붙들고 자신은 엄마가 아니었으면 아마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을수도 있다며 엄마에게 너무 고맙고 이생에서 너무도 큰 빚을 지었다며 미안해하시고 고마워하신답니다.
그리고 내리사랑이라고 하시나요?
엄마의 크신 사랑 덕분에 저는 시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잖아요..
정말 제가 살아가는 동안에 엄마에게 진 이 많은 빚을 다 갚을 수는 있을까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엄마..
엄마에게 꼭 하고픈 얘기가 있어요..
엄마..이제 미현이를 엄마의 마음속에서 조금만 놓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미현이도 충분히 엄마의 크신 사랑을 느꼈을 것이고 엄마의 가슴 속에만 존재하는것은 답답하고 힘들수도 있을꺼예요..
물론 잊지는 못하겠지만 그렇게 힘들어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더 힘들어하는 저도 있고 아빠도 있고 엄마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언제고 엄마나 아빠나 저나 미현이가 있는 그 하늘이라는 곳에 가면 그 곳에서 못다한 우리 가족의 사랑을 나누면 되잖아요..
그 때까지 우리 세사람..정말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저 큰딸이 정말 잘할께요..
부족하지만 살아있는 딸을 두고 죽은 동생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시지 않게 정말정말 내 남은 생을 엄마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고 사랑할께요..

엄마!!
저도 이제 엄마라는 이름을 가졌잖아요..
우리 서로가 서로를 위하면서 서로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어루만져주면서 함께 늙어갔으면 좋겠어요..
엄마를 정말 사랑하고 사랑하는 큰 딸이 되도록 노력할께요.
엄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