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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떠난 공짜 여행기


BY 아자 2011-09-21

이 여행기가 여행정보를 주는 여행기가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아시겠죠;
그냥 생각나는대로 ~~~ 되는대로 ~~ 끼적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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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목은 쬠 자극적으로 썼지만…
올해 초 대학을 막 졸업한 상황에 남들은 취직,
취직이 안되면 다시 공부다, 인턴이다 해외 자원봉사다 살길 찾아 가는 마당에
홀로 남겨져 구직활동에 힘썼지만 현실은 시궁창...............

 


갑갑한 하루 하루에 초조해하던중;
문득 배낭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앞으로 취직이 만약된다하더라도..
 
분명 몇 년 간 회사에 메인 몸이 될 터. 그러다보면 서른되고; 결혼하고....
훌쩍 떠날 수 있는 상황은 네버 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며 고민하던중~
 
유럽 쪽은 알아보니 턱 빠지게 비싼 비행기 값, 비싼 유로 등 ... 을 고려할 때 깔끔하게 포기하고
나와 전적으로 이미지도 맞을 듯한. 중국과 베트남 쪽으로 휙 눈을 돌리게 되었죠.. 허허
 
막상 떠나려고 보니, 비행기 값과 민박비용을 빼면
국제 구걸인이 될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 ㅠㅠ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초코파이가 중국, 베트남 쪽에서 굉장히 인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갑자기 제 머리를 스친 반짝 생각!
초코파이를 지고 현대판 보부상이 되어 여행을 하면 어떨까...하는 씨알도 안 먹힐 황당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된 것이죠.
지금 생각하면 무모하기 그지없지만..
 
비행기를 포기하고 배편으로 중국에 입국하는 걸로 일정을 잡고, 일단 되는대로 긁어모아 환전을 하고, 나머지는 초코파이를 두 박스를 구입하기에 이릅니다.
   

 

x2
 
네 예상이 되시죠??
 


요런 느낌?ㅋㅋㅋㅋㅋㅋ (저 아님)
 
저의 파란만장 초코파이 보부상 기행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에피소드의 빙산에서 일각에 불과한 보따리를 풀어놓자면~요렇습니다!
 

실크로드의 시작점 시안에서 정을 느끼다~
 
중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 바로 시안!!
 


시안성벽~~
 


남들 사진 찍고 놀 동안 옆에서 손가락 빨고 있던 한 저란 여자....ㅋㅋㅋㅋ
 
보부상 기행의 취지에 걸맞게 공교롭게도 실크로드의 시작점이기도 한 
그곳에서 초코파이 몇 개로 소중한 인연들을 처음 만들게 되었답니다~
 
몇 개의 지역를 거쳐 시안에 도착한 저는 계속된 열차여행으로 인해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몸살이 나서 자면서도 끙끙 소리를 내며 앓았는데..ㅠㅠ
민박집 딸인 밍이 저의 이마를 짚어보더니 차가운 물수건을 이마에 얹어주고
 엄마에게 말해서 뜨끈한 국물도 가져다 주더군요. ㅜㅜㅜㅜ
 


다음 날 몸이 가뿐해져서 보답으로 초코파이를
그 아이와 숙소 아주머니께 전해주었답니다~~
 
밍은 초코파이를 받고 팔짝팔짝 뛰면서 좋아하더니
밖으로 나가서 자기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초코파이를 나누어 먹더군요. 아구 이뻐라
 여행 내내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올라 너무 흐뭇 흐뭇..했어욥
 

 

베트남 학교에서 한류스타급 인기누리다?!
 
 
전 여행지에 가면 그 지역 사람들의 매우 평범한 일상을 느끼는 것 참 좋아라 합니다.;
뒷골목에서 쌀국수 Pho를 흡입하면서 현지인 코스프레를 한다거나.ㄷㄷ

 


어쩐지 목욕탕에 온 듯한 낮은 플라스틱 의자~~
  


한국서 먹은 쌀국수는 ... 쌀국수가 아니었군요... 후르륵~~~
 
 
베트남 남부로 이동하던 중 한 마을에서 학교를 발견하게 되고 잽싸게 들어가봤습니다.
단촐한 느낌의 작은 학교였는데요.
 


저보다 한참 어려보이는 여자애가 저에게 말을 거는 것이 아니겠슴까.
방해되니까 나가라는 건가??? ㅠㅠㅠㅠ
엥?? 그런데 알고보니 선생님~
그래서 영어와 바디랭귀지로 견학을 하고싶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승낙하더군요.

 

  

여기서 황당한 사건. 저더러 수업에 잠시 참여해달라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할 수없이 또랑또랑한 눈들이 수 십개 모여있는 앞에 나가 자기 소개를 했더니..
폭풍질문들이.. 쏟아지고~~
본의 아니게 전 김태희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죄송;;ㅋㅋ
(아 이놈의 영어울렁증…)  -> 말도안되는 언어를 통역한 선생님께 심심한 감사;;..
 


- 선생님의 초코파이 인증샷
 
함께 한 시간을 기념하며 초코파이를 쌓아 케이크를 만들어 주었더니
너무들 좋아하더군요.
 


제가 한국에서 온 유명 배우라고 생각했던
천진난만했던 그 아이들은 잘 있는지 궁금하네요.ㅋㅋㅋㅋㅋ 미안타
 
 
쿤밍을 거쳐 베트남 라오카이에서 하노이로 이동할때 열차에서 완전 활약한 초코파이.

 

기차에 타고나서 알아버린 경악할 사실은
열차에서 파는 음식이 너무나 턱없이 비싸다는 것!!!
 
미처 음식준비를 못한 저는 기지를 발휘해,
제 초코파이를 음식을 싸온 사람들에게 건네며 바꿔먹자는 제스춰를 취했는데.
그러자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면서, 싸온 음식을 저한테 나눠주는 것이 아니겠음까?!!!
오오 소문을 듣고 옆 칸에서도 원정을 와서 자기 음식을 먼저 건네던 사람들.. ㅋㅋㅋㅋㅋㅋㅋ
 


- 이런 느낌과는 조금 비슷하면서도 다른?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날 대륙은 초코파이로 대동단결!! ㅋㅋ 저는 보부상이니까요.  
 


-참고 사진- 기차 안과 하노이 풍경 
 
그 때 제 아래 침대에 있던 베트남 아주머니가 자기는 음식이 없다며
하노이에 도착하는대로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오케이했고, 하노이에 도착하자 가이드 뿐만아니라
집에 데려가 재워주고 밥도 사주셨던.ㅠㅠㅠ
아....정말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으로 갚아주셨습니다.
 
다음에 베트남 올 때 꼭 연락하라며 신신당부 했던 란아줌마 정말 고맙습니다.
(란 아줌마는 극구 사진을 사양하셨음..ㅎ)
 


관광하다 저 학생들 자태가 너무 예뻐서
 
란 아줌마의 도움으로
저도 아오자이를 잠시 입고 사진을 찍은 게 있긴 한데;;
 
나중에 그걸 보고 부모님 이하 남동생... 이 어찌나 신나게 비웃어대는지... ㅠㅠ
차마 올릴 수가 없네요.ㅠㅠ
댓글 많이 주시면 과감하게 올려드릴 수도 있음!!! ㅋㅋㅋㅋㅋ
 
 
박하시장의 귀여운 할머니들~


여행한지 한 달을 막 넘긴 시점에 갔던 
베트남 소수민족이 많은 박하시장은 고산지대에 있는데요.
소수민족들이 원래 물물교환을 하던 시장이래요.
 


화몬족 특유의 화려하면서 귀여운 의상을 입고 물건은 파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기도 하고 짠하기도 해서 초코파이를 드렸더니
파시던 채소와 곡물을 제 손에 한아름 안겨주셨던 맘씨좋은 할머니들.. ㅠㅠㅠㅠ
 
 


들고 다닐 수 는 없고 다른 할머니께 드렸더니 팔고 계시던 도너츠를
한 가득 주셔서 아주 자알 먹었답니다.
 
물물교환의 문화가 아직도 남아있던 걸까요? ㅎㅎ
 
 
 길을 잃은 나에게 나타난 구세주 여인~~완 

 


 
호치민시에서 만난 동갑내기 파리지앵 완~
프랑스인이 아니고 파리에서 유학 중인데 잠시 다니러 온 베트남인이었습니다.
 
길을 잃고 말이 안 통해서 곤란했던 때에 마침 통역을 해주고,
길도 찾아줘서 감사의 표시로 초코파이를 줬는데요.
 
얘는 초코파이를 받고 너무 좋아하더니 자기가 가진 유로를 기념으로 주더군요. 헉
나중에 현금이 똑 떨어진 순간, 이 돈이 얼마나 유용하게 쓰였는지..고맙다. 완~~~ㅋㅋ
 

  
일정이 꼬여서 다시 돌아간 중국 청도에서 저를 맞아준 민박 주인아저씨, 아주머니.
여행 초반에 고작 3일 머물다 떠났을 뿐인데,
마치 멀리 시집갔다 친정에 온 딸처럼 맞아주셔서
정말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
 
이 주인 내외분은 아들, 딸이 모두 해외에 나가있다면서 제 손을 잡고 눈물을 보이시기도 해서
저도 막 한국에 있는 부모님 생각나서 왈칵..ㅠㅠ
 
이 밖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너무 길어지겠기에 다 쓸 수가 없네요....
 
뭐~~여행이라는 건 여러가지 형태로 자신의 취향에 맞춰서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좋은 곳 가서 좋은 것 먹고 그러는 거보다
전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행다니는게 더욱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에헴.
 
 


베트남에서 원없이 본 저 목욕탕 의자들 ㅋㅋㅋㅋㅋㅋ
 
 
예전에 어떤 드라마에서 장사를 할 때 ㅋㅋㅋ사람을 남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는데, 
처음 단순하게 물물교환으로 여행비용을 세이브해보려던
제 여행의 컨셉이 요렇게 바뀌어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연들을 남기면서 마무리가 되었네요.
 


- 무섭게 큰 베트남 나비~~~ 저한테 달달한 향이 나는지 .ㅋㅋ 떨어지질 않아서 곤란했다능;
 

얼마 전 TV를 보니 초코파이는 파이로드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기있다던데,
전 실제로 이 파이로드를  몸소 체험한 셈이로군요.
 

 

여러분도 너무 앞만 바라보면서 아등바등하기보다 때로는 좀 쉬어가면서,
더 넓은 세상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 그런 만남을 위한 여행~ 꼭 해보시길 ~~
 
근데 여행마치고 귀국하는데 입국신고서 나눠주는 승무원언니가
계속~~~ 영어로 한국인 맞나며 ..ㅋㅋㅋㅋㅋㅋ 네 네! 라고 해도 뭔가 의심의 눈빛.ㅠㅠㅠㅠㅠ
 
제 몰골이 참....그랬습니다. 이해해요. 언니. 아 눈물나.ㅠㅜㅜ
 


- 지드래곤이 쓰면 공항패션,   내가 쓰면 ㄷㄷㄷㄷ 그냥 처 웃지요..ㅋㅋㅋ
 
지금 저는 긴 여행을 끝내고 회사에 취직해서 사회초년생으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또 많이 배우고 있답니다.~~
 
사실 힘들어서 다시 그분들을 만나러 훌쩍 떠나고 싶기도.ㅠㅠ  압니다..배부른 소리..죠
 
쓰다보니 제목과는 다르게 공짜여행이 아닌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여행이었노라 당당히 말할 수 있겠네요.
 
제 소중한 경험을 조금이나마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올립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댓글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