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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말썽꾸러기 제가 왔어요..


BY 수지니양 2012-01-30

지금으로 부터 약 28년전 내가 8살 초등학교 일학년, 오빠가 11살 초등학교 3학년때인것으로 기억합니다
매년 명절이면 우리 가족은 모두 관광버스를 타고 하루 꼬박이나 하루를 넘기면서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를 뵈러 갔지요
참고로 우리 큰집은 경북 거창군 가조면, 우리 외갓집은 큰집에서 한시간만 가면 갈수 있는 경남 구미시 해평면 입니다
그 당시는 우리 집안 형편은 사는것이 그리 넉넉지 못했어요
남의 집에 전세로 방 한칸에 여섯식구가 옹기종이 모여살아야 하는
형편이었지요
지금 기억으로도 명절때가 제일로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명절때가 되면 정말 고기도 마음껏 먹을수 있고 과일이랑 과자랑
정말 없는것 없이 다 먹을수 있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이쁜 옷도 한벌 얻어입은 기억이 나요..
우리 큰집은 우리집과 마찬가지로 잘 살지 못했어요
제가 어릴때는 전기불이 잘 들어오지 않은 기억이 나고 정말 화장실이 무서웠어요..
화장실갈때는 엄마손을 꼭 붙잡고 간 기억이 납니다
큰집이 넉넉치 못해서 그런지 명절 음식도 제사음식 정도만 했던것 같아요..
어른들이 많아서 우리 애들은 정말 부침 하나도 제대로 못먹었던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 외갓집은 조금 달랐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큰집 보다는 형편이 나았어요..
그래서 난 큰집에 내려가도 언제 외갓집으로 가나 손꼽아 기다릴 정도였지요
우리 외갓집은 큰 음식광이 있었던것 같아요..
광 하나에 선반을 만들어 그 위에 짚을 깔고 그 위에 부침이나 동그랑땡.. 돼지고기산적..튀김, 과일 등등 여러가지 음식들을 보관했지요..
언제나 집뒤에 밤나무, 감나무에서 외사촌 오빠들이 과일을 따주고..
탱자향이 가득한 집에서 명절이 너무나도 행복했어요.
그해도 엄마를 졸라 빨리 외갓집에 가고 싶어서 엄마에게 할머니가
너무나도 보고싶다고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외갓집으로 갔지요
실은 외갓집에 가서 실컷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더 컸어요..
정말 그해는 할머니께서 우리들 주시려고 많은 음식들을 해서
음식광에 가득 채워두셨더라구요..
할머니께서는 천천히 많이 꺼내 먹으라는 말씀과 함께 고기 종류는
오늘 저녁에 먹지말고 떡이랑 과일..과자등은 먹어도 된다는 말씀과
함께..저희들을 꼭 안아주셨지요..
지금은 돌아가시고 계시지 않지만 외갓집에 가면 아직도 할머니가
계셨던 방에서 할머니 냄새가 나는것 같아요
그런데 그날 저녁에 오빠와 내가 사고를 친거죠..
엄마께서 오늘은 큰집에서 음식을 많이 먹었으니까 음식광에 들어가지 말고 내일 할머니께서 음식을 내어주시면 먹으라고 신신당부하셨어요
그러나 오빠와 난 내일까지 기다리고 있을수가 없어서
저녁을 먹고 난후 오빠와 몰래 음식광에 들어가 할머니가 맛있게 해 놓은 동그랑땡을 몰래 훔쳐 먹었어요
정말 맛이 꿀맛이더라구요..다른 음식들도 맛이 있어어요..
고기 산적과 구워놓은 돼지고기가 정말 환상이었죠..
이렇게 음식을 맛있게 훔쳐먹고나서 잠이 들었어요..
그런데 한참을 자고 있는데 배가 살살 아프더라구요
저녁에 음식훔쳐먹은 죄가 있어서 배가 아프다는 애기도 못하고
참고 참다가 오빠가 먹은것은 다 토하고 난리가 나는 바람에
나도 울고 불고 난리를 친거죠
얼굴에 붉은 반점이 나고 열을 펄펄나고..먹은것은 다 토하고
할머니는 우리가 죽게 생겼다고 울고불고 난리치시고
외삼촌은 경운기에 우리 남매를 실고 한 30분이나 나가야되는
읍내병원에 밤늦게 가서 병원문 두드리고..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할머니와 외삼촌께 얼마나 미안하던지..
이유인즉은 우리 할머니께서 우리오면 다시 따뜻하게 음식을 만드려고 고기넣은 음식을 살짝만 익혀서 광에 넣어두신거죠..
거기다가 그해 설날은 날이 일러서 조금 더웠던것 같아요..
음식도 덜 익히고 날씨도 더워서 음식이 상한줄도 모르고
동생과 나는 훔쳐먹은 재미에 빠져 아무것도 몰랐던거죠..
오빠와 나는 급체에 식중독에 명절내내 병원신세를 져야 했고요
우리 할머니는 우리가 죽는줄 알고 밤새 우시고
지금도 외갓집에 가면 외삼촌께서 간혹 말씀하십니다
그날은 정말 십년 감수했다고 하시면서 허허 웃으십니다
지금은 할머니도 엄마도 돌아가시고 그때의 기억을 하면
즐겁기도 하지만 같이 웃어줄 두 분이 없어서 쓸쓸합니다
이번 설날에는 여기저기 갔다오느라 가지못했는데 봄이 오기전에 엄마산소에 가서 벌초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외갓집에 가려고 합니다
할머니 산소에 가본지 너무나 오래되어서 아마 할머니께서 저를
잊을셨을거예요..
가서 할머니게 말할겁니다
할머니! 말썽꾸러기 제가 왔어요..

사랑하는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행복한 명절....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과 부모님 친구들과의 만남도 좋지만 주위에 소외받는 많은 이들을 한번 뒤돌아 보는것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