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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편과 케이블TV에게 미고사합니다♥


BY 삐롱삐롱 2012-05-17

요즘 주부님들 tvn에서 하는 주부 음악 오디션 슈퍼디바 많이들 보시죠? 저는 슈퍼디바 보다가 인생을 새로 살게 된 30살 주부입니다.


저희 부부는 제가 22살일때 대학 입학 후 첫 미팅으로(제가 3수하고 입학했습니다) 만났습니다. 2년 정도 연애를 하던 중 24살에 아이를 갖게 됐고 아이 때문이라기보다는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결혼했습니다.


아이 낳고 몸조리하다보니 저는 27살에 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동기들이 저보다 일찍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있는 걸보면 부러웠지만 어린 아이가 눈에 어른거려서 졸업 후 당장 취업할 생각은 금방 접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아이가 어느 정도 크고 유치원 다니고 하니까 저도 사회에 나가고 꿈을 향해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가끔씩 이런 얘기 꺼낼 때마다 남편이 반대를 해왔었고 저도 진짜 제가 할 수 있을지 가늠이 안 됐기 때문에 남편 몰래 한 기업에 지원서를 넣어봤습니다. 서류합격하고 면접 보러오라는 연락을 받고나서야 남편에게 얘기를 했고 결국 그날 말싸움을 했습니다. 남편은 자기가 벌어오는 돈이 적지 않기 때문에 제가 굳이 일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었습니다. 제가 삶의 이유라든지 못 다한 꿈같은걸 이야기해 봐도 들은 척 만 척했고요. 결국 면접은 못 봤고 그때부터 남편이랑 사이가 조금씩 틀어진 것 같아요.


그러다가 한 달 전쯤 같이 슈퍼디바를 보게 됐습니다. 주부라는 일상을 벗어나서 자기 꿈을 향해서 도전하고 변신하는 도전자들의 모습을 보니까, 열심히 하던 공부도 때려치우고 꿈도 미래도 없는 제 모습이 갑자기 무의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tv에서 보여지는 저와 같은 생각으로 주부로서 살아가던 도전자들의 모습,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도전자의 모습을 보니까 눈물이 나더라고요. 제가 울다보니 남편과 저의 미래에 대해서 진지한 이야기를 하게 됐고, 긴 대화 끝에 남편이 결국 저를 이해하고 앞으로 저의 사회생활에 대해서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저를 이해하지 못하고 제 얘기도 들은 척 만 척 하던 남편이 tv한 번 보고 이렇게 마음을 바꿔먹을 줄이야- 미디어의 영향이 정말 크긴한가 봅니다^^


그 날 이후부터 열심히 준비해서 이 곳 저 곳 이력서도 내고~ 몇 군데 떨어지기도 했지만! 오늘 한 회사에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자그마한 회사이긴 하지만 제가 열심히 일해서 큰 회사로 만들고 싶네요^^ 너무 기뻐서 글 올려봤습니다~! 제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 혹시나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하고 계신분이 있다면 자신있게 도전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남편이 반대하면 은근슬쩍 슈퍼디바 한 번 같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