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에게
실은 하나도 기쁘지 않았어
설레지도, 행복하지도 않았어
결혼 한달만에 예기치 못한 임신소식!
그때 엄마는 아빠와 함께 결혼 대출금을 값기 위해 새로구한 직장에 막 다니던 참이었거든
하늘이 주신 생명이니 그래도 감사해야지 라는 생각을 채 하기도 전에 바로 입덧이 시작되었어
임신5주 그리고 입덧
29년을 살면서 가장 힘든 시기라고 생각했어
물이라도 한모금 먹었다하면 바로 변기통을 부여잡아야했고
집안에 있는 모든 음식은 다 버렸어
끝내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친정인 대구로 향했지
난 내 모성을 의심했어
내 가정환경을 핑계삼아
'대체 난 아이를 사랑하지도 않는데 왜 임신을 했을까?
내 부모조차 날 버렸는데 그런 내가 이 아이를 책임질 수 있을까?
늘 사랑에 굶주린 내게 베풀 사랑이라는게 존재할까?'
물론 입덧에 영향이 컸겠지만,
내 스스로의 자질에 부족함이 날 불안하게 하더구나 물론 아직도 그걸 완전히 떨치진 못했어
사랑이
그래서 니 태명을 난 사랑이 라고 지었었지
내가 갈망했던 '사랑' 그걸 너에게 주고 싶었어
너에게 내가 겪었던 가슴 아픈일은 겪게 하고 싶지가 않아
난 너를 인간대인간으로 따뜻한 사랑을 주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그렇게 우리 웅이가 이제 태어난지 67일
너를 품에 안고 있노라면,
힘들어했던 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을 잠깐이라도 했던 나스스로 너무 미안해 니가 측은해질 지경이다
젖주는지 알고 바둥바둥 다리를 굴리고 입을 쩝쩝대고 눈을 씽긋씽긋
이런 너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니
엄마가 더 잘할게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 웅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