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어머니께서 몸이 편찮으신 후 우리집에서 머무는 횟수가 점점 많아 지셨습니다.
건강하셨을 땐 딸집에 오셔서 하루도 주무시지 않고 고향집으로 내려가시던 깔끔한 성격의 어머니께서
사위 눈치가 보여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올 겨울에도 한 달내내 머물고 계십니다.
남편이 아침에 출근했다 저녁에야 귀가하니 온종일 어머니와 둘이 지내며 시간을 보내는데도 어머닌 서울 아파트 생활도 답답하지만 딸과 사위에게 미안해 하루가 여삼일 같다 하시며 고향 집에 내려갈 날짜만 세고 계십니다.
'아들집에선 발 쭉 펴고 자지만 딸 집에선 웅크리고 잔다'는 옛말이 옳은 것 같다 '너두 딸 시집 보내보면 사위 어려운 것 알거다' 하시며 오늘도 불편한 속내를 내 보이십니다.
아들 셋을 두셨지만
큰 아들은 사업이 어려워 힘들고 아직 아이들이 어려 제 살림 하기도 버겁고 둘째와 셋째는 해외에 살고 있으니 곁에서 보살피는 일이 꿈 같기만 하구요.
그중 어머니와 나이 차가 적은 큰 딸이 모시는 것이 당연한데, 어머닌 오실 때마다 자꾸 마음이 작아지십니다.
오늘 아침 남편이 어머니께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머님!
맘 편히 가지시고 편히 쉬세요. 드시고 싶으신 것 있으면 에미한테 말씀 하시구요. 저도 젊었을 땐 앞만 보고 달리느라 부모님께 마음쓰지 못했습니다.물론 에미가 제 역할까지 잘 해 주었지만요, 제가 오십이 넘어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하고 나니 부모님이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잘 해 드리려 마음먹으니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안 계시더군요, 이제 어머님 한 분 남으셨으니 잘 모실게요. 아무 걱정 마시고 편하게 지내세요'
동생의 형편과 처지까지 이해하고 젊을 땐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남자의 슬픔이니 절대 부담주지 말고 당신이 잘 모시라는 말에 가슴 속에서 뭉클한 감동이 솟아나 눈물이 절로 났습니다.
혼자 계시면 식사도 제대로 챙겨드시지 않아 몸이 약해지셨던 어머니께서 가족들 사랑과 관심을 받고 매끼 딸이 해 주는 식사를 하시면서 건강이 많이 회복되셨습니다.
사위는 백년 손님이라는 어머니의 생각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위도 아들이라는 생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