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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같은 언니에게.


BY 야실이 2012-12-28

언니, 나 막내야.

태어나서 처음으로 언니에게 글을 쓰나봐. 그러고 보면 나도 참 무던해. 막내이면서도 무뚝뚝한 내 성격이 아버지를 꼭 닮았나봐.

 

언니는 나에게 엄마 같은 존재야. 단발머리 깡충이며 아무 걱정 없던 그 때, 언니는 집안의 맏이라는 이유로 교복대신 푸르스름한 일복을 입고 학교 대신 공장으로 일을 해야 했어. 게다가 돈을 더 벌기 위해 야간작업을 택하고, 그러다가 결핵에 걸려 한동안 뒷방에서 격리된 채 지내야 했어. 도화지 같은 얼굴로 하얀 알약을 한 웅큼씩 먹으며 나를 보고 희미하게 미소 짓던 그 웃음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 쪽이 아리곤 해.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언니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공장으로 나가 일을 했어. 그러면서도 언니는 불평 한 마디 없이, 누구에게나 환하게 웃어주었어.

특히 막내인 나의 어리광을 다 받아 주었어. 아버지 엄마가 장사를 하셨기 때문에 늘 혼자였던 나는 동네에서 가까운 곳에 있던 공장을 제 집 드나들 듯 했었어. 재봉질을 하는 언니 옆에 앉아 자투리 헝겊으로 인형 옷을 만든다며 시간을 보내곤 했었어. 그러다가 가끔 언니를 졸라 눈깔사탕을 사먹기도 했었어.

참, 언니, 기억나? 언니가 나에게 만들어주었던 헝겊인형을. 그리고 다음날부터는 인형 옷도 만들어주었지. 이름도 지어주었어. 통통이라는. 정말이지 그 때는 너무 좋아서 자랑을 하고 그 인형을 늘 품에 안고 다녔어.

언니. 아버지, 엄마 두 분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나도 모르게 언니에게서 엄마의 모습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겨하곤 해. 희원, 희아를 낳았을 때, 먼 거리를 마다 않고 찾아와 산후조리를 해주고, 넉넉지 않은 살림에 작은 것 하나라도 주려고하고.......

“막내야, 사는 게 다 그런 것 같아. 지금이 힘들다고 투정부리는 것 보다

는 눈 질끈 감고 버티어내는 거야. 그러면 반드시 살 방법이 생기게 된

단다. 엄마도 그러셨어. 그러니까 힘들고 어려울수록 마음을 단단히 먹고

버티어내는 거야. 알았지?“

그 때는 정서방의 사업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모든 것을 내놓아야 했어. 그래도 언니가 한 말을 가슴에 품고 버티어냈던 것 같아.

언니. 이제 형부와 둘이 서천에서 농사지으며 사는 언니를 보면 기분이 좋아. 늘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는 언니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기 때문이야. 덕분에 나도 철이 되면 감자, 고구마, 고추 같은 것들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아. 상자 속에 봉지마다 쌓여있는 것들을 풀어볼 때마다 코끝이 싸아해지곤 해. 엄마 같은 언니의 정성과 사랑이 느껴져서.......

언니. 그동안 내가 받은 사랑에 이제는 제가 보답해야 하는데 아직도 하루하루 사는 게 힘들어서 마음만 갖고 있어. 언젠가는 언니 손을 잡고 편한 마음으로 옛날이야기를 하며 웃을 수 있을 거야.

그 때는 좀 더 넉넉한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기다리며.......

 언니, 언니는 언제나 나에게 엄마 같은, 거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