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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명언(書)


BY 미개인 2013-05-28

독서는 충실한 인간을 만들고,글을 쓰는 것은 정확한 인간을 만든다.

                    --프란시스 베이컨--


반백 년을 살아오면서 가장 큰 스승은 글이었음을...

삶자체도 몸으로 부딪히기 전에 글을 통해 배우고 익힌 후 나서게 됐으니...

적어도 사춘기를 전후한 시기에 인격적으로 독립을 해오며 글은 늘 나를 단련하고 깨우쳐주고 이끌어 주었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추억을 안겨 준 만남에도 책이 있어줬고,

편지로든 만남을 통한 대화로든 독서노트를 주고 받는 식의 것이었으니...

내가 가장 충실했던 교우관계는 그 때였던 듯...

역시 독서는 사람을 충실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나보다.


중학교 입학을 하던 날...

아주 젊으셨던 새어머니께서 일기장을 선물해 주셨다.

아주 두껍고 근사한 일기장이었지...

정말 사랑스러운 막내동생을 선물해주셨던 그 분은 나에게 또 다른 방식으로 인생을 선물해 주셨다.

처음엔 당황을 했달만치 ,어색하게 쭈뼛거리며, 더듬거리며 대했었는데...

점차 속마음까지를 터놓으며 보물인 양 대하게 되면서부터 조금씩 정확한 인간으로 변해왔던 것 같다.

거짓말을 하면서 들키지 않으려 가슴 졸였던 순간까지도 털어놓으며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었던 것들을 털어놓고 반성하며 다신 그러지 말자고 다짐을 해왔더랬지.

점차 그 양이 늘어나면서 생각의 폭을 넓혀왔던 것 같다.

처음엔 한두 줄이었던 것이 한두 장을 넘어서 ,밤새 쓰고 또 쓰면서도 갈증을 느꼈더랬던 흔적을 담은 그 일기장...

평생 간직하리라던 각오완 달리 지금은 그 흔적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편지를 참 즐겨 썼었지...

펜팔도 참 많이 했었다.

고하듯 써서 읽기가 좋다며 평가를 해주던 친구들이 꽤 여럿이었지...

미사여구를 동원해가며 쓰는 가식적인 것이 아니어서 참 좋다던 친구도 있었구먼!

일기를 쓰듯 편지를 써선 ,아무라도 좋단 식으로 봉투를 봉해서 보내곤 했던 많은 편지들...

당시엔 정신적 사춘기를 겪으며 불면증으로 참 많은 밤을 고달파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그런 넋두리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고나서야 비로소 눈을 붙일 수 있곤 했었는데...

A4지 앞뒤를 그득 채운 두툼한 악필의 주절거림 뭉치를  불쑥 받아든 그 친구들은 참 많이도 괴로웠을 것이야!ㅋㅋ


지금은 반백 년을 넘겨 살아오면서 참 많이도 쓰고 싶은데...

이미 지쳐버려서 만사가 귀찮은 지경까지 오고야 말았으니...

하루하루 닥치는 파도를 피해다니느라 정신이 없달만치 숨가쁘다.

그나마 블로그를 생각하곤 일기를 쓰듯 명언을 핑계로 낙서를 해가며 ...

가슴저미도록 보고 싶은 딸이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용한 밤시간을 할애하고 있구나...

죽기 전에...딱 한 권뿐인 책일지라도 써보고 싶다.

그래서 딸 손에 꼬옥 쥐어주며 내가 줄 거라곤 이 것 밖에 없어서 미안하다며...

하지만 나름대론 최선을 다하고 살다가니 ,골인하는 마라토너에게 해주듯 박수를 쳐달라고 ...

축하받으며 죽고 싶었노라며 히죽!웃는 모습으로 가고 싶다.

큰 사고만 아니라면 사후 시신까지 기증서약을 한 마당이라 준비를 끝낸 상태이지만...

이 해인 수녀님의 어떤 시에서처럼, 하얀 눈처럼 예쁘게 왔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눈처럼 살리라 다짐했건만

딸에게만은 이름 석자라도 남기고 싶어하는 이 미련을 어쩌리오...

정확한 인간으로 오래도록 딸의 가슴에 남아있고픈 이 욕심까지 버릴 수 있을까?

일단 좀 더 살아봐야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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