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전투 때였다.
그리스군과 치열하게 싸웠던 헥토르는
잠시 쉬기 위해 성으로 돌아왔다.
전투를 끝낸 후라 몸과 마음은 지쳤다.
하지만 약한 모습을 가족 앞에서 내색할 수 없었다.
어머니와 아내에게 당당했던 헥토르는
아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아들은 유모에게 안겨 떨어지지 않았다.
겁먹은 얼굴이었다.
그때 헥토르는 자신이 입고 있던
갑옷과 투구가 아들을 놀라게 했다는 걸 알았다.
헥토르는 갑옷과 투구를 벗고
무기도 내려놓았다.
그때서야 아들은 아버지에게 안겼다.
전장에서는 자신을 지켜주던
갑옷과 투구가 아들에게는 낯선 장애물이었다.
그것들을 모두 벗은 후에야
아들은 땀과 먼지를 뒤집어쓴
아버지의 진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 진정근 / 새벽편지 가족 -
사랑을 지키는 것은 강함이 아니라 진실입니다.
-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습니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