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집앞에 호프집 사장님 디스크 수술해서 가게 내놨다는데 우리가 인수해볼까? 나 에어컨 시즌 끝나면 할일도 없고 투잡으로 해보고 싶은데..." 생활력 강한 남편, 알뜰하고 책임감 강한 내 남편이 하고싶다는 일이라면 뭐든 해주고싶은 나, 더욱이 우리 아파트 상가 호프집이고 단골이다보니 장사 잘되는것은 익히 알고있던터라 살짝 고민하다가 인수하기로 결정을 했다.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우리 남편을 찾아오는 지인들로 가게는 북새통을 이뤘고 어느덧 남편은 일보다는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술 마시는 것에 심취한 마담이 되어 가고 있었다.
문제는 술마시고 수다 떠는 것은 즐기지만 활동적인 현장일을 하는 사람이라서 15평 남짓의 가게 안에 메어있는 것에 너무 힘들어하여 결국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함께 가게를 운영하게 되었다.
함께 하면 힘들어하는 남편에게 도움이 될거란 생각이 컸는데 나의 스트레스 지수는 최고조에 달한다.
"여보...또 술 나간거 체크 안했어?"
"안주나왔어, 빨리 가져다 드려."
"나 안주만들때는 담배 피러가지마."
"손님만 오면 화장실 가고싶냐?"
내가 가게를 운영하며 주방에서 일을 하고 남편은 홀써빙을 보게 되었는데 지인들이 오면 어느때처럼 반갑게 옆에 앉아서 마담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 써빙은 뒷전으로 한채 ...
심지어 나의 지인인 전 직장동료, 친한동생들까지도 남편이 옆에 앉아서 수다를 떨어주는 것 ㅠ.ㅠ
나의 지인들이 불편해 할 줄 알았는데 워낙 농담 좋아하고 성격 좋은 남편이 옆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다보면 어느덧 남편은 그들에게 언니라고 불리며 친한 친구가 되어준다.
나도 그자리에 앉아서 수다 떨고 싶지만 이미 가게 운영은 뒷전이고 수다 삼매경에 빠진 남편 때문에 앉을 여유조차 없고 눈치 없음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언니, 우리 오늘 갈거야. 어디가지말고 기다려."
이건 나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닌 내 친한동생들이 남편에게 하는 이야기 ㅋㅋㅋ
술마시며 수다 떠느냐 바쁜 남편을 대신해 안주를 만들고 홀서빙을 보다보면 남편은 날 위해서 이야기한다.
"여보, 피곤할텐데 먼저 들어가서 쉬어. 내가 마감하고 난 애들이랑 노래방 가서 애들 기분 좀 맞춰줄께." 그 애들이 예상하는 나의 친한 동생 또는 지인들... 속으로는 어이가 없었지만 한번, 두번 그런 시간을 겪다보니 1년6개월이 된 지금"그래, 그래라 심마담아."하고 퇴근을 한다.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