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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못말리는 '원목사랑'


BY 반짝꿍 2014-06-09

얼마전 우리 부부는 2층 주택을 구입했습니다.

깔끔해보이는 하얀색 외관에, 잔디와 나무가 있는 자그마한 정원이 딸린 주택은

남편이 늘 꿈꾸던 소담스런 집이지요.

 

결혼 14년만에 제대로 마련한 집이기도 하고, 워낙에 남편이 꿈꾸던 분위기라

아직 이사를 완전히 들어간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남편은 아침저녁 출퇴근길에 들러서 문안인사(?)를 드리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가끔씩 우리 가족을 내버려두고, 혼자 그곳에서 책도 읽고 잠도 자는 바람에

별거아닌 별거(?)를 하기도 합니다. ㅎㅎ

 

아담한 정원엔 벌써부터 상추,깻잎 등의 각종 푸성귀는 물론, 블루베리 나무까지 심어대는 통에 정원은 어느새 도시농부의 텃밭이 되었고, 짹짹거리며 찾아오는 참새손님을 위해

작은 종지에 쌀을 담아두는 센스까지 발휘하곤 하지요.

 

집 구석구석 방수페인트칠, 낡은 문짝 리폼 등 어느 곳 하나 남편의 입김과 손길이 가지 않은 곳이 없는데, 너무나 집에 애착을 보이는 나머지,

사소한 것 하나까지 간섭을 하려해서 제가 좀 힘이 드네요.

 

평소에도 워낙에 자기주장이 강한 남편이긴 하지만,

안주인의 감각과 센스가 들어가야할 도배장판까지 본인이 원하는 색상과 재질로 밀어붙이더라구요.

물론, 처음에는 “당신 감각을 믿어보겠어.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봐” 하면서 바람을 넣더니만, 하루종일 눈빠지게 인터넷 뒤져가며 기껏 골라놨더니,

“내가 봐둔게 있다. 그것으로 할란다.” 라며 제 의견을 묵살해버리는 만행을 저지르더군요.

 

14년전.

예식장에 세워둘 웨딩사진을 고를때, 보통 남자들은 신부가 고르도록 내버려 두는 편인데,

우리 남편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웨딩사진 고르기 위해’ 내려와서는

기어코 자기가 잘나온 사진을 고르더라구요. 그때 알아봤어야하는데.. ㅡ.ㅡ;;

 

뭐 어쨌든 도배장판까지는 분위기나 색상이 그다지 나쁘지 않아 참았습니다만,

남편은 가구마저 제게 선택권을 주지 않네요.

교체가 필요한 모든 가구를 ‘원목’으로 하겠다고 선언을 하더군요.

 

그러면서, 거의 주말마다 나가기 싫은 저를 억지로 데리고 다니면서, ‘자기’마음에 드는

원목가구를 찾기위해 얼마나 발품을 팔고 다니는지요.

아무리 원목이 몸에 좋고, 나중에 좋은 값에 팔 수 있다고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 가격대비 실용성도 따져보고, 모든 방이 같은 톤이 아닌 좀 색다르게 꾸며도 보고 싶은데도 무시. 아이들도 아이들 나름대로 처음으로 갖게되는 자기방에 대한 환상이 있는데 그것 역시도, 원목이 제일이야 하면서 무시.

원목 원목 원목. 그놈의 원목소리 이제는 지긋지긋할 정도랍니다. ㅡ.ㅡ;;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가장하지만, 사실은 공산당인 우리 남편의 원목사랑.

누가 좀 말려주세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