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든 열정이든 모든 생명에는 유효기간이 있어요.사람들이 두 가지 착각에 곧잘 빠지는데,하나는 이 열정이 영원할 것이란 착각.
또 하나는 이 권태가 영원할 거란 착각입니다.지금 일이 힘들다고 포기만 하지 마십시오.지금 힘든 건 에피소드가 될 겁니다.
--김 창옥--
김창옥...휴먼컴퍼니 대표.
기쁨과 고통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가 유효기간이 있는 것이다.
점차 유효기간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지만 ,그것이 그닥 반갑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심지어는 어르신들을 뵙고 "오래 사셔야죠~"하면 떽!하고 호통을 치시는 분들이 많다는 건 참으로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 먹고 살기 바빴던 시절엔 삶의 유효기간이 길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는데,
모든 것이 풍족하다 못해 잉여의 시대라 할 정도로 차고 넘치는 세상이 되자 오히려 유효기간이 길어진 걸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다니...
물론 배가 터지고 터지도록 많은 걸 소유한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오래도록 쓰기 위해서라도 유효기간을 연장시키고 싶겠지만,
우리 나라 최고의 부자라는 거시기도 과연 그럴까?
의식조차 없이 그저 연명의 차원에 처한 그에게 하고 싶은 말 한 마디만 할 수 있는기회가 주어진다면 ?
글쎄,아직 그런 고귀한(?) 입장이 안 돼봐서 모르겠지만 ,나라면 빨리 죽여달라고 했을 것 같다.
난 딱 아흔아홉 살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정처없이 유랑하던 노상에서 객사를 하고 싶다.
120살까지 살고 싶다시던 1901년 생 할아버지께서 ,불효자식의 부끄러운 모습에 발끈하시느라 뒷목을 쥐고 쓰러지신 후 ,
햇수로 3년을 고생하시다 ,할머니를 앞세우시고 이내 돌아가셨으니...
얼마나 아쉽고 억울하셨으면 막판에 난장판(?)을 실컷 치시다 가셨을까?
아흔을 훌쩍 넘기시고도 건강하시고 또렷한 정신상태를 유지하시던 분이었는데,젊어서 내외적으로 고생만 시키신 아내에의 미안함을 보상하시려 했을까?
말년에 물 좋고 산 좋으며 공기까지 완벽한 입지조건을 갖춘 곳의 돌담 안에 보금자리를 트시고,
손수 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내리시며 모은 장작을 패서 돌담 안에 가지런히 쌓아놓으시고 ,틈틈히 군불을 때시며 할머니를 왕녀로 모시고 싶으셨을까?
그러시던 분이 돌담 안의 텃밭에서 주무시듯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할멈!들어가서 자지 왜 여기서 자고 그래?"하신 것이 마지막 인삿말이었다니...
장례까지를 무사히 마치시곤 바로 넋을 놓아버리신 할아버지께선 ,
앞으로도 20여 년은 더 살기 위한 근거였던 할멈이 먼저 가시자 바로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신 것이리라.
홀로 되신 후 큰 댁으로 모셔서 ,철이 없던,그리고 엄청난 상전(?)을 모시고 살던 나로선 물리적 거리를 핑계로 찾아뵙지도 못하고 말다가
부음을 접하고서야 찾아 뵙곤 ,큰어머니로부터 할아버지께서 당신의 변으로 벽에 그림을 그리시다 가셨다는 소리를 듣곤 으헝헝~~울고 말았더랬지.
작년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께서도 큰 딸이었던 나의 친모와 큰 아들을 앞세우고,큰 며느리의 패악질에 적잖은 전재산을 빼앗긴 후
아들의 뒤를 이어 할머니의 줄초상을 치루시더니 ,할아버지께선 아들과 처의 상을 치루다가 사고로 크게 다치시게 됐고,
훌훌 털고 요양원에 가시어 여자친구까지 사귀시며 비교적 편안하게 장수를 누리셨다곤 하지만,
장례식장에서 아귀다툼을 하는 듯한 모습의 이모들과 삼촌을 보곤 과연?하는 씁쓰레한 의문을 갖고 말았다.
그러면서 아흔아홉 살까지만 살되,뒤끝까지 말끔하게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구체적이진 않지만,그렇다고 추상적이지만도 않은 청사진은 이미 갖췄다.
가정파탄을 겪으면서 추상성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고,보다 구체적인 것으로 다가가고 있으니...
지금까지 살아온 50여 년이 결코 짧지만은 않았던 것처럼 ,앞으로 살아가야 할 50여 년이 결코 녹록지 않을 것이며,
점차 시들어가는 육체를 붙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기에 더욱 지루할 수도 있지만,자신은 있다.
평생을 간직해 온 검소한 생활의 밑거름이 있고,성실로 이룬 것이 비록 크진 않지만 자급자족 정도를 가능하게 해줄 수 있기에...
그리고 평소 꿈꾸어 오던 방랑의 ,유랑의 여건도 완벽하리 만치 내적으로 외적으로 갖췄기에 갖는 자신감이다.
사체처리까지 가능한 시신,장기기증 서약서도 소중히 간직하고 다니니 뒷처리도 문제가 없다.
그리고 조부와 외조부의 공통점인, 자식들로부터 받은 충격으로 인한 상처로부터 비교적 멀어져있고,
두 딸들도 나를 비교적 자유롭게 살 수 있게 해주기 위함인듯 스스로들 앞날을 잘 개척해가고 있으니...
전인교육에 힘써오고,유럽배낭 여행이란 녀석들의 인생에 전기가 될 수도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 빛을 보는 것이리라.
본가와 외가에서 장수의 근본을 제대로 물려받은 데다가 당신들의 예를 거울 삼아 지혜를 얻었으니,나의 앞날은 핑크빛이기만 하다.^*^
행복한가?고통스러운가?
괘종시계의 추가 그렇듯 인생 역시 그렇다는 김 미경의 강연이 보여주듯 ,그리고 김 창옥이 위의 말을 했듯,삶 자체가 유효기간이 있기 마련이다.
인생 전반을 살폈을 때 사소한 것에 불과한 것들로 인해 일희일비하지 말고 초연할 수만 있다면 행복도 고통도 인생을 맛깔나게 만드는 양념일 뿐!
삶에 초연해지는 훈련을 쌓는 길만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그러기 위해선 스스로의 인생 전반을 살피는 기회를 많이 갖는 게 아주 중요할 것이다.
힘들다고만 하지 말고 ,술이나 마시며 미친 척하는 시간을 조금 할애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버릇 해보자!
스마트폰을 잠시 꺼두고 조용히 침잠해서 스스로를 살피는 버릇을 가져보자!
내가 하고 있는,견지하고 있는 일이나 삶의 태도가 과연 나의 인생전반에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를 가늠해 보자.
하릴없이 보내도 좋을 만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넉넉하질 않다는 말을 많은 초인들이 해 왔고 우린 알고 있다.
하지만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할 정도로 부족하지도 않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그 시간을 주도면밀하게 ,알차게 쓰느냐에 따라 자신의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일텐데...
대충 살아도 누군가가 공짜로 알찬 삶을 선물해주는 일은 유사이래로 없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모든 철학자들이, 초인들이, 위인들이,스승들이,멘토들이 하고 싶은 말일지도 모른다.
형식과 외모는 다를 수 있지만 파고들어보면 모두가 다 그 말을 돌려대고 꾸며댄 것에 불과하단 걸 알게 될 것이다.
엊그제의 인문학 아카데미에서 거의 꼴값에 달할 정도로 현학하고 잘난 체를 해댄 중년 교수가 철딱서니 없어보였던 것도,
그가 자신의 알량한 겉모습을 꾸미고 싶어하고 자기합리화에 연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진솔하지 못한 것을 봐서일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그럴듯하게 꾸미고 ,참가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득하고만 싶어했어도 아낌없이 박수를 쳐줬을텐데...
철학자들의 이름만 줄줄이 외워대고,자신이 대단하지 않으냐고 물으며 내세우고 싶어한 것만 기억에 남아있다니...헐~
스스로 유효기간을 늘리고 싶어할 수 있도록 스스로의 삶의 질을 드높여가보자.
누군가가 오래오래 사세요 하면 그래...참 고맙다,오래오래 살아줄게...하면서 떡이라도 하나 사 줄 수 있도록 자신의 삶을 희망으로 채워보자.
아무리 힘들고 외롭고 쓸쓸해도 추억의 뜨락을 거닐며, 마음껏 빼먹으며, 배시시 웃을 수 있는 에피소드 거리를 만들어간다는 기분으로 오늘을 알차게 살아내보자.
추억은 ,나이가 들면 먹고 살게 된다는 추억은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든 괴로운 것이든 우리에겐 좋은 스승이자 벗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