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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1일에...


BY 미개인 2015-01-02

오늘도 변함없이 갑으로 착한 아저씨의 작업장을 얼마간 채워주고,

냉수마찰을 하러 달동네 골목골목을 누비며 가다가 신기한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

어둠컴컴하기만 했던 달동네 골목에 최근 들어 하나씩 흐릿한 가로등이 서기 시작했는데,

그 가로등 아래로 한여름에 하루살이가 몰려들듯 아주 작은 벌레들이 날고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하나같이 반짝반짝한다.

여름이었다면 안개비였겠지만,추운 겨울인지라 그것들이 결정체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던 것인데...

어두운 골목에선 거의 느끼지 못 하다가 저만치 서있는 가로등 아래로 가면 불빛이 비치는 좁은 곳에서는 하루살이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잠시 넋을 잃고 그 아래 서서 황홀경에 빠져들어 봤다.

 

시심이 돋긴 했으나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봐도 시를 짓는다는 건 무리였기에...

아쉬움을 붙안고 달동네 한 켠에 마련해 둔 빈집에 들어가 냉수마찰을 하고 개운하게 오던 길을 되짚어 오는데...

여전히 아름답고 신기하게도 가로등 불빛이 미치지 못 하는 곳에선 안 보이던 작은 눈의 군무가 가로등 아래에선 아름답게 춤을 추고 있다.

누군가 나처럼 이런 희미한 가로등 밑을 지나면서 나와 같은 감흥을 즐기고 있다면 청해서 차라도 한 잔 나누며 담소를 나누고 싶다.

몇 번이고 오락가락하며 그 절경을 즐기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맨발에 맨손이었던 나의 형편은 그걸 용납하지 않고 빨리 난로가 있는 가게로 가자고 칭얼댄다.

 

성능이 월등히 좋은 큰 길 가로등 아래로 나오자 그 감흥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하늘엔 온통 작은 눈들이 범람하고 있네?!

아쉬운 마음이었지만,꽁꽁 얼어가는 손발이 더듬더듬 열쇠를 찾고 있고,가게 안으로 나를 밀어넣고 말았다.

난로를 켜고 전기 건조 족욕기를 켜서 얼어버린 손발을 녹이며 행복해 하고 있다가,

아쉬운 마음을,감동적인 마음을 어떻게든 남기고 싶어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 한 한겨울의 눈꽃의 소박한 군무의 추억은 한동안 나의 가슴을 적셔주겠지?

 

텔레비전을 켜니 먹고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젊은 무리들이 튀어나온다.

당장 먹고 사는 것이 급선무인 저들의 가슴에도 내가 본 광경들이 감동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

참으로 꿈많은 삶을 살며 철없이 눈꽃들과 경쟁적으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대야 할 저들이 

저렇게 옹기종기 모여 앉아 먹고 살 걱정을 하고 궁리를 하고 있어야 한다니...

저들의 황량해져만 가는 가슴이 가련하게만 느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