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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사랑


BY 미개인 2016-02-14

남편의 사랑이 지극할 때 아내의 소망은 작아진다.

          --안톤 체호프--

안톤 체호프(1860~1904) 러시아.의사.작가.
조부모는 원래 농노였으며 부친은 조그마한 채소 가게를 했었으나 ,지방정치와 교회 합창단에 열중하다 파산,
가족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며,학교 때문에 체호프만 고향에 남기고 가족 모두가 모스크바로 나왔다.
15세부터 형과 함께 문학창작에 열중하게 됐으며,모교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모스크바로 올라가 모스크바 대학의 의학과에 입학했다.
이때부터 의학공부를 하는 한편 모교로부터 받는 장학금과 잡지에 유머 단편을 써서 그 기고료로 가계를 돌보게 됐다.
문학잡지에 지속적으로 기고를 하며 호평을 받았고,대학을 졸업할 무렵,이미 신진 소설가로서의 명성이 높았다.
23세에 걸린 폐결핵이 그의 건강을 늘 위협했으며,결핵으로 요양을 하면서 첫 단편집  '멜포네네의 우화'가 출판된다.
톨스토이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그는 시베리아 ,사할린 섬 여행을 계획하고,치밀한 준비 끝에 1890년 4월에 나섰으며,
사할린 섬에 유배된 수인들의 비참한 생활에 강한 영향을 받아 기행문을 쓴 바 있다.
이후 의사로서 이웃 농부들의 건강을 돌보고,마을에 학교를 세우기도 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크림 반도로 옮겼으며,
러시아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됐으나 스스로 사임하고,44세에 생을 마감했다.(위키백과)

19세기의 사람이어서 저런 말을 했을 수 있지만,지금이야 최첨단의 21세기이니 부부 모두에게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부부가 서로 사랑이 지극하면 서로에게 바라는 바가 적어질 것이며,당연히 불평불만도 적어질 것이다.
그러나 보통의 부부간이나 연인들 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보면 대부분 어느 한 쪽이 갑질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해왔다.
부부 간에,연인 간에 갑이 어디 있고 을이 어딨느냐고 따지고 싶은 사람이 혹시 있을까 싶어 부연설명을 하자면 ,엄연히 존재한다.
특히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상황이 대부분인 경우에 있어,조금이라도 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사람은 갑이요,나머지는 을이라고 생각한다는 걸 ,
여러 루트에서 접하는 부부 이야기는 그런 씁쓸한 상황을 피부로 느끼게 만들고 있다.
결혼을 하는 과정에도 어느 쪽에서 더 많은 부담을 했는가를 두고도 ,직업이 무엇인가를 갖고도 그런 상황은 연출되고 있잖은가?
그러나 부부는 무촌이다.
동급임을 전통적 보수사회에서도 인정하고 권장하였다고 할 수 있는데,지금까지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지배를 해 왔기에,
남성 위주의 전통이 양산돼 왔고,전통으로 고수돼 왔던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선 현실파악을 못한 사람들이 그런 사고방식을 고수함으로써 끝없는 알력을 겪고 있는 것을 적잖게 볼 수 있다.

나는 미혼 시절,'연애할 땐 의심하고 또 의심해라,하지만 일단 결혼하고 나면 무조건 믿어라!'는 서양 격언을 접했고,진리라고 생각했다.
만나는 이성에게마다 이 격언을 들려주며 ,설득을 시키려고 노력을 했지만,헉~
고르고 골랐다고 생각한 사람과 결혼을 결심하면서부터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고,나아지겠지 생각하고 결혼을 감행한 결과 ,파경을 맞았다.
그 격언을 들으면서는 다들 옳다고 수긍을 하지만,실제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반대로 살면서 스스로 괴로움의 불구덩이로 뛰어들고 있다.
결과는 황혼이혼이란 비극적인 사랑의 종말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바뀌지 않는 것은 ,잘못된 고정관념이 전 사회에 만연해 있고,
그에 대한 반발 역시 유행병처럼 일관되게 벌어지고 있지만,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사회학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자살 공화국,이혼 천국,부정부패 공화국,마피아 공화국,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획일화된 사회,물질만능을 넘어서 물신을 숭배하는 사회...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사회학적 업적을 이룰 수 있는 소스가 차고도 넘치건만,노벨상까지도 줄줄이 받아낼 수 있는 소스가 차고 넘치건만,
지성들께선 나몰라라 하면서 물신을 숭배하러 다니느라 바쁘신지 하나같이 무덤덤하기만 하다.

부부간이 무촌인 것은 ,동급이란 말이기도 하고,상대적인 존재들이란 이야기도 되니...
어느 일방만의 노력으론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내가 너무 상대에게 나의 방식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상대는 노력을 함에도 나는 너무 사랑에 나태하진 않은지 우리들 스스로 돌아보고 솔루션을 찾을 밖에...
나는 전자에 가까운 경우였는데...
주제도 안 되면서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그저 내가 갖다 주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주길 바랐던 것 같다.
그러나 엄연한 인격체였던 그들은 그것에 늘 불만이었고,그런 어이없는 사랑을 하느라 늘 지쳐있는 나를 보고 힘들어 하다 떠나갔다.
내 방식이 잘못된 걸 모르지 않으면서도,그래도 나 나름대론 사랑이라고 하는 것이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기껍게 받아달라고 강요를 했던 끝이기도 한데,
언젠간 나의 마음을 이해해주리란 막연한 기대를 가졌던 것이기도 한데...
처음엔 인정할 수 없었고,화도 났으며,좌절도 했었지만,지금은 피차가 아주 편안해졌는데...
그들도 잘 살고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고,나 역시 일생일대의 행복을 느끼며 잘 살고 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중요한 건 사랑의 기준일텐데,그것은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판단해선 안 되고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엔 오로지 내 방식으로 강요를 하며 그것의 타당성을 설득하는 데 몰두했을 뿐,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덴 소홀했으며,나의 방식을 마뜩찮아 하는 그들에게 불평을 해댔었다.
그러려면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고,상대의 입장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하는데,난 꽤 독선적인 인물이었고,그것은 그들의 숨통을 막았던 것 같다.
상대 역시 내가 원하는 것을 주는 데 인색하기만 해서 결국은 헤어지고 나서야 피차가 행복하게 된 것이다.
나처럼 이미 헤어진 사람들로선 후회를 하는 것도,미련을 갖는 것도 무모할 뿐이니 ,홀로 살아가는 법을 익히라고 권하고 싶지만,
아직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얼마간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이혼해야지 하고 도사리고 있지 말고,
이제라도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며 조금씩 그가 원하는 사랑이 뭔지를 파악해서 베풀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넌지시 내가 원하는 사랑을 피력해간다면 ,부부간에 짜릿한 늦바람이 나서 노후를 즐겁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상대가 원하는 사랑을 지극히 베풀어 가면 ,상대가 나에게 원하는 것도 적어질 것이며,규모도 점차 작아지면서 나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원래 에로스란 'give and take'이니 ,당신이 선택한 그 사람도 당신에게 그리 할 것이며,나 역시 그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사랑을 함에 있어선 나를 버리고 상대만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을 파경을 맞은 후에나 깨달은 나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파경을 맞은 후에도 깨닫지 못하고 ,두 번 세 번 자신만 앞세우며 사랑을 한답시고 나대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난 깨닫긴 했으나 실천을 할 자신이 없기에 재시도는 하지 않고 있는데...
글쎄,다소 황당한 구상은 하고 있으나 ,다 늙어서 미친 놈 소리를 듣게 될까 봐 혼자만 간직하고 조용히 살아가련다.^*^
나 좋다는 사람이 혹여라도 있거든 그 사람에게 그 구상을 말하고 받아들여지면 사랑 한 번 뜨겁게 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아마도...죽기 전엔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여도 이리 좋으니 아쉬운대로 만족스럽고,홀가분하니 ...더없이 좋기만 한데 뭐~대수롭지 않다.

짝쿵이 나를 극진히 사랑하지 않아서 불만이거든,먼저 나를 돌아보길...
나는 과연 상대를 극진히 사랑하고 있는지를...
자신들은 하지 않으면서 상대에게만 하라고 하는 것은 갑질에 다름 아니니...
내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갑질을 하고 있는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 보시라.
그리고 당장 갑질을 그친다면 서서히 상대도 바뀔 것이다.
그 속도가 느릴 수도 있고 빠를 수도 있는데,그것은 그동안 당신이 해온 갑질의 분량에 따른 것이니 감수해야 할 것이다.
한동안은 살짝 억울할 수도 있지만,그런 진정한 사랑을 하면서 겪는 억울함은 별로 서운하지 않을 수도 있잖을까?
이혼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면 알겠지만,아주 불량한 파트너만 아니라면 둘이 사는 게 혼자 사는 것보단 좋다는 사람도 많으니 ,
지금껏 살아온 사람에게 그동안의 갑질에 대한 보상을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노라면 ,언젠가 그도 당신을 극진히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 했다.
옛말에 틀린 말이 하나라도 있던가?
가정이 화목해지면 ,돈을 바라면 돈이 많아질 것이며,건강하길 원한다면 건강해질 것이다.
낯이 간지러울 정도의 사랑을 원한다면 그리도 될 것이니...혼자 살아 보니 사람 사는 거 정말 아무 것도 아니란 걸 알게 된다.
하찮은 자존심 따위로 상처받고 상처주며 살 일 정말 없다.
나처럼 혼자 되고나서 가슴을 치지 말고 ,같이 있을 때 잘 살면서 행복해지길 두 손 모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