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
--아프리카 속담--
한 일본의 작가가 남편 혼자만의 수입으론 생활이 곤란해 가게를 열게 됐는데,
지나치게 장사가 잘 돼서 좋기는 했지만 주변의 가게들이 문을 닫을 지경이 된 것을 보고,
판매품목을 제한하고,없는 것을 사러 오는 손님들에게 옆 가게를 소개해줌으로써 모두가 잘 살게 됐고,
그렇게 생긴 여유시간을 활용해서 글을 쓰기 시작해 유명한 소설가가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도 가게를 하고 있지만,한 땐,식사는 물론이고 생리적 현상까지 참아야 할 정도로 바빴으며,급기야는 과로로 쓰러지게까지 됐는데...
바로 길 건너에 같은 업종의 가게가 있었지만,뒤늦게 시작한 우리 가게로만 몰려오는 손님을 저기 건너편으로 가라고 할 수는 없었다.
과로를 해가면서라도 건너 편 가게가 보란 듯이 밤 늦게까지 일을 했고,돈도 좀 벌었다.
물론 상대편 가게에서 처음에 나에게 좀 못되게 군 것은 있었지만,그렇더라도 내가 너무 옹졸했던 탓에 결국은 과로로 쓰러져 5년 여를 고생하는 벌을 받았던 것이리라.
이 말을 듣고나서야 ,그리고 일본 작가의 이야길 듣고서야 그랬어야 했다는 걸 깨달은 나는 참 많이 모자란다.
그러나 어디 그게 나만의 문제일까?
사실 이번 설날에도 나의 막내 동생이 장사가 잘 된다면서 2호점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기에 뜯어말렸다.
지금의 벌이만으로 그닥 생활이 불편하지 않다면 ,조금 씀씀이를 줄이고 ,저축을 하며 얼마간의 자금만 비축을 하면서 ,
사업에 쏟을 신경을 가정에 쏟아붓고,몸 생각을 하라고 권했던 것인데,다행히도 착한 동생은 이내 수긍을 해줬다.
장사를 하다 보니 주변의 장사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그런데 그들은 서로 헐뜯거나 지나친 경쟁을 하면서 혼자만 가고 싶어하는 일들을 하곤 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사실 장사를 하다 보면 너무 안 돼도 문제지만,너무 잘 돼도 비슷하게 문제가 된다.
몸도 피곤하고 ,종업원을 추가로 구해야 하면서 신경을 쓸 일도 많아지고,결국은 과로성 장애현상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물론 사업가 기질이 있어 체인점을 운영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큰 돈을 벌고자 모색을 해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체인점들의 면면을 보면 그것도 그닥 권장할 만한 것은 아니어서,많이 벌면 벌 수록 더 벌고 싶은 생각에 사기꾼 기질까지 발휘하게 되는 것 같다.
실적을 과장하고,멋대로 횡포를 부리거나 ,더 많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 업장을 정기적으로 자기들이 원하는 컨셉으로 바꾸라고 하는 등...
그러다 슬그머니 본사의 문을 닫아버려서 큰 피해를 안기는 경우도 참 많이 봤다.
체인점과의 계약도 제 멋대로 자기들에게만 유리하게 해서 마지막 동아줄이라고 생각하고 잡은 사람들인데,그 줄을 사정없이 끊어버리기도 한다.
나는 다행히도 과로로 쓰러졌고,조금 힘들긴 했지만,이후론 그닥 바빠지지 않아서 적당히 먹고 살 만큼만 벌게 됐고,
다른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본의 아니게 시장을 나누게도 됐었지만,사실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어서,내세울 것은 없다.
그런데 그렇게 다른 가게들이 생겨서 공존을 하게 되니 ,시간적인 여유도 많아졌고,그동안 바빠서 해 보지 못했던 일들도 할 수 있게 됐으며,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보다 의미있는 일들을 할 수 있게 됐으며,중요한 건강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혼자가 돼서 살게 되면서도 이웃들로부터 인심도 얻어가며 살 수 있게 됐고,혼자만의 노후대비쯤,쉽게 마련할 수도 있게 된 것일 게다.
사실 나 혼자선 뭘 능숙하게 해낼 만치 능력이 있지도 않은데,기적처럼 일들이 술술 풀려줬는데,이웃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의문이다.
평소 신용을 쌓아 왔던 거래처의 도움도 받았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얼마간의 위치에 올라서게 되면 의레 갑질을 하고 싶어지나 보다.
장사치들이 그렇고,정치꾼들이 그러하며,학자 등의 지성인들도 그러해서 ,,심심찮게 뉴스 등에 나오면서 세인들의 눈살을 찌프리게 만드는데,
눈살을 찌푸렸던 그들도 갑의 위치에 오르게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갑질을 해대는 걸 목격하곤 쓴 웃음을 짓게 된다.
그러나 그 갑의 자리도 끝까지 가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지금 친일매국노들이 주를 이루는 정치권의 갑,경제계의 갑,학계의 갑 등도 지금은 대대손손 누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못된 짓은 독차지하고들 있는데,
우리 속담에 '부자, 삼 대를 못간다.'는 말이 있고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도 있다.
이 말은 꼭 삼 대에 한한다는 게 아니고 십 년에 구애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혼란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뒤집어진다는 걸 역사는 가르쳐주고 있다.
물론 거저로 되는 일은 없었기에 ,우리들이 그런 가르침을 잊지 말고 ,작은 갑들이 돼서 못된 짓을 해대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공존을 추구하며 세상을 바르고 따스하게 바꿔가려 애를 써가야 할 것이다.
갑도 못되는 주제에 괜시리 깝죽대며 갑 흉내를 내다가 조만간에 닥칠 사회변혁의 시기에 척결당하는 어리석음을 범치 말고,
부지런히 깨어나고 또 깨어나서 사회변혁의 주인공이 돼야 할 것이다.
지금 그것들이 거꾸로 돌리려 기를 써대고 있는 역사의 수레바퀴는 ,유사이래 역행하는 법이 없었다.
지금도 그 역사의 수레바퀴는 꿋꿋이 앞으로 굴러가고 있음을 명심하고 ,그걸 되돌리려는 무리들에 합세해서 억울하게 배척당하는 꼴은 당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