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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BY 미개인 2016-02-21

결혼하고 싶다면 이렇게 자문해 보라."나는 이 사람과 늙어서도 대화를 즐길 수 있는가?"

결혼생활의 다른 모든 것은 순간적이지만,함께 있는 시간 대부분은 대화를 하게 된다.

                      --니체--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 독일.철학자.

전통적인 서구 종교.도덕.철학에 깔려 있는 근본동기를 밝혀내려 했으며 ,신학자.철학자,심리학자.시인,소설가,극작가 등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신은 죽었다!"는 그의 주장은 유럽 지식인의 주요한 구호였으며,계몽주의라는, 세속주의의 승리가 가져온 결과를 반성했다.

민주주의,반유대주의,힘의 정치 등에 강력히 반대했지만,훗날 그의 이름은 그가 혐오했던 무리들에 이용됐다.(브리태니커)

 

'사업을 시작할 때는 한 번 기도하라.전쟁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하라.그러나 결혼을 위한 반려자를 얻기 위해서는 세 번 기도하라.'는 명언도 있다시피,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도 결혼을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정의해 왔던 것처럼 결혼은  아주 중요한 행위다.

요즘 N포 세대가 돼 버린 젊은이들에게 이 따위 결혼에 관한 고찰이 뭐 필요할까보냐고 항의라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언제까지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절망적일 거라곤 생각지 않기에,그리고 나의 두 딸들도 조만간에 결혼을 할 것이라 생각하기에...

나의 실패경험까지 곁들이며 ,사람들이 고민의 기회를 갖게 되길 바라면서 강행(^*^)하겠다.

 

나는 결혼을 하지 않으려 했었는데...

이성에의 관심은 지나칠 정도로 많았음에도 가정을 꾸려나갈 자신도 없었고,

또 내 부모님의  가정사가 너무나도 불행했기에 결혼에의 호감도 없었기에 부담없는 만남쯤을 즐기며 살다가 가고 싶었을 게다.

그런데 한 직장에 오래 다니면서 ,사내대학에서 공부도 했고,얼마간 경제적 여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생겼으며,

만나는 친구들이 보여주는 반응에 얼마간 자신감도 생긴 때문인지,나를 닮은 2세에의 열망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게 됐더랬다.

그런데 막상 결혼을 결심하자 이전엔 물밀듯이 들어오던 소개도 들어오질 않았고,

기왕 결혼하는 거,신중히 고르고 골라서 해야겠단 생각에 컴맹이었던 시절에 컴퓨터를 조립해서 컴퓨터 통신이란 것을 하게 됐다.

한 일간지에 난 '통신커플' 소식을 접하고, 보다 광범위한 곳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수단이라 생각했던 때문이었고,

어렵사리 자리를 잡게 됐으며 친목모임을 이끌게까지 됐으며 ,나의 전국일주는 시작됐다.

한의사,선생님,회사원,백조,전도사,호텔리어 등 정말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났지만,오히려 혼란만 가중됐고,

타고난 바람끼를 발휘하려다 상처만 입게 되는 것을 경험한 후 ,자중하던 중,모임 친구의 야릇한 경쟁심리 촉발 행위에 넘어가 한 사람을 만났다.

 

그런데 너무 신중을 기했던 탓에 악수를 두고 마는 경우처럼 되고 말았는데,중간에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친구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던 심리가 강하게 작용했던 것은 아니었나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더 좋은 친구가 있었지만,자신이 없어 밀쳐내고 말았던 상심도 있었던지라 내 주제에 뭘 더 고르랸 생각에 밀어붙였다가 

결혼을 하자마자 고통이 시작됐고,아예 대화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불행이 시작됐다.

결혼이 결정되고나서부터 생긴 갈등을 접하기 시작했을 때 기도라도 할 줄 알았더라면,피차가 불행해지지 않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저 느낌 하나 믿고 결혼을 강행한 끝에 피튀기게 살았음에도 피차가 불행해졌고,두 딸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기고 말았다.

 

우린 결혼을 하면서 아플 때나 힘들 때나 변치 않고 사랑을 하겠노란 결혼서약을 하게 된다.

그 서약을 얼마나 염두에 두고들 살고 있는진 모르겠으나 ,미리 자문해 보고 ,대화를 가져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불통과 성격차이는 장점까지도 극복할 수 없는 단점으로 보이게 만들었고,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됐다.

그리고 아무리 청첩장까지 찍어서 다 돌렸더라도 ,결혼하기로 결정을 하고 난 후 갈등이 생겼다면,그리고 그것을 극복할 자신이 없으면 하지 말라고도 권하고 싶다.

내가 그런 상황을 겪었음에도 차마 그만둘 수가 없어서 했다가 후회를 한 경우인데...

이미 30대에 접어들었던 우리였기에 얼마간 성숙했고,자신의 언행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들이겠거니 했는데,

마냥 좋다고만 하던 사람이 결혼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마구 돌출행동을 하기 시작했고,피튀기게 싸우기도 했지만,눈물바람에 이내 수그러들었고,

결국은 청첩장까지 다 돌린 마당에 돌이킬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결혼을 한 것이 화근이었으니, 반면교사 삼기를 바란다.

 

물론 허송세월을 한 것만은 아니었다.

사랑스러운 두 딸을 낳아서 길러 봤고,지금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는 것 정도를 알 수 있으니 ,거기 20여 년의 세월을 바친 것은 아깝지 않다.

그리고 다시 결혼이란 걸 하고 싶진 않지만,보다 다듬어진 결혼관도 생겼으니,이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아직은 젊디 젊고 뭔가 아름다운 사랑을 해 보고 싶은 생각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라 장담할 순 없지만,여튼 언제든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내 허접한 결혼사를 말하면서 그걸 들어준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기도를 하면서 살라는 것이다.

꼭 종교가 아니더라도 ,그리고 기복을 위한 행위로서가 아니라 ,어떤 가상의 절대자와 대화를 나누듯,그리고 많든 적든 내가 가진 것들에의 감사를 위한 기도를...

일기를 쓰면서도 좋고,명상을 하면서도 좋으며,잠시 넋을 놓고 앉아 스스로를 돌아보며...

결국은 자신과의 대화가 될텐데,그런 기도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사랑이 그렇듯,대화도 자기 자신과의 대화가 되지 않는다면 타인과의 대화 역시 되지 않을테니...

그리고 피차가 동의한다면 어떤 스킨십이나 성관계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대화만 통할 수 있다면 최고의 결혼생활도 가능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면 서로를 알 수가 없게 되고,당연히 서로 오해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볼화가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데,말하지 않아도 다 알겠거니,말하지 않아도 알아줘야 사랑이 아니냐며 떼를 쓰듯 한다면 ,

그 결혼생활은 결코 원만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늘 갈등의 씨앗을 안고 살아가는 결혼생활은 지옥과 다름없다.

 

니체는 그런 결혼생활을 단 한 마디 말로 간단하게 요약해 버렸다.

사실 성생활을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전체의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고,서로에게 매력을 느끼며 설레는 것도 순간적일 수 있다.

결혼생활의 대부분은 대화가 될텐데,지금 우리 사회의 가정에선 부부간에 ,부모자식 간에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벽들을 쌓고 있잖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간 능력이 돼서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잖고,결혼을 해서 사는 사람들은 결혼 자체를 후회하면서 산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어디 있단 말인가?

숭고하고 아름답기만 해야 할 사랑의 결정판으로 여겨지는 결혼의 실체가 이렇다는 건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얄텐데,그마저도 귀찮아 하게 된 걸까?

우리 주변엔 1인가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가고 있다.

한 지붕 아래 사는 가족들도 다 저마다의 아지트를 틀어 놓고 ,따로 살고 있진 않은지?

한민족의 멸종시기가 머잖았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먼 미래의 일이기만 할까?

 

하지만 우리의 선조들께서 갈파하신 것처럼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다.

사랑의 꽃이 환하게 피어서 집 안에 향기를 풍기고,서로 감싸주고 다독여주며 바깥에서의 괴로움을 나눠가며 힘을 얻는다면,

아픔은 반으로 줄어들고,기쁨은 배가되는 발전소 같은 곳이 바로 가정이란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런 화목한 가정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잖은가?

그런 집을 모델 삼아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 결혼을 하는 것일테고...

그런 집들을 보면 아주 원만한 대화와 소통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 대화와 소통이 없는 가정은 짐승들의 집단에 불과하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린 짐승이 아니고 ,자칭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아닌가 ?

그리고 그 사람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가 생각할 줄 알고, 말을 할 줄 안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유독 가정에서는 대화를 하지 말자고 약속이라도 하듯 ,알아서 기라고 강요를 하고 있으니...

 

내가 20년 가까이 알아서 기는 짓을 원없이 해 봐서 아는데,그거 고문에 다름 아니다.

스스로도 알아서 기지 말고,상대에게도 알아서 기어주길 바라지 말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고맙다고 말하며 살자.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기쁘면 기쁘다고 말하면서 살자.

그럴 수 있는 사람을 찾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살자.

물질의 과다나 매력만을 찾아 결혼을 했다가 이내 가슴을 치고 후회를 하며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진 말자.

결혼은 우리가 사람이기 위한 마지막 시험의 장일지도 모른다.

아직 미혼이라면 가급적 대화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해야 할 것이며,

이미 결혼을 했다면 ,갈등을 겪고 있는 상대와 대화의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속엣 이야기까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대화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이 친구일까?아님 저 친구?^*^

나는 실패자이지만,그리고 못났지만,늘 꿈은 꾸면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