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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션] 지난 여름의 기억들


BY 사교계여우 2018-09-03

1994년 이후 사상 최대의 폭염으로 인해 서울지역은 39.6~40.1℃ 라는 무시무시한 고온을 기록해 버렸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무더위를 어떻게 버텨냈는지요? 본인의 경우 이번 해에 유독 휴가도 꽤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독한 무더위 때문에 휴가같지 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집에서 발 뻗고 쉬자니 에어컨도 없어 갑갑하고, 피서를 가도 바글바글한 인파 덕분에 불쾌지수만 상승하고, 본인으로서는 숨쉬는 것조차 고통스럽더라구요.

지하철도 타보고 은행이나 마트, 극장과 같은 냉방시설 좋은 곳에서 몇 시간씩 머무르기도 했지만 결국 잠은 집에서 자야 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피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주 주말부터 하루에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는데다가 너무 더워서 한 시간에 한 번씩 깨는 등 숙면을 전혀 취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 피곤해서 깜빡 잠들어도 꿈속에서는 불광로 안에 들어가서 허우적 거리거나 수면상태과 의식상태 경계에 서서 더위에 고통스러워하며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그동안 에어컨의 필요성이 간절해지고 있습니다만 가격, 설치, 전기세 등등의 경제적 이유로 매년 장만을 마뤄오고 있었습니다. 겨울에는 당연히 여름 생각 못하니 적극적으로 장만할 생각을 하지 않았고, 여름철에는 성수기라 시중가의 몇 배를 지불하고도 설치가 늦어 폭염시즌이 지나버리니 효용성이 없을 것 같아 구입을 하지 않았던 것이었죠. 영상 35℃가 넘으면 선풍기 따위는 아무런 냉방효과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난 더위를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했다' 라는 심리적 위안을 위해 틀어놓는 것이죠.

 너무 더워 대문을 열고 바깥 경치를 둘러보니 각 아파트 세대마다 주렁주렁 달려 있는 에어컨 실외기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 보이는 3~4단지 중 실외기가 없는 집은 3~4군데 밖에 없었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에어컨은 재발집 부자들의 상징이었는데, 어느덧 보급률이 매우 높아졌음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진세 등 유지비 측면에서는 여전히 상위소득계층이 아닌 다음에야 쉽게 감당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주변에 보이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대다수는 본인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들이죠. 실내온도 45℃ 가까이 되는 방을 다시 들어갈 때마다 '에어컨 확 질러버릴까' 라는 생각을 수 십번도 해보지만 두 눈을 감고 본인이 올해 받을 연봉을 상상해보니 자연스레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밤중에 3시간 동안 정전이 들어 더더욱 고통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더위를 달래려고 사놓은 아이스크림이 다 녹아버렸고, 저녁도 해먹을 수 없었습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선풍기마저 가동이 중단되어 어쩔 수 없이 인근 극장으로 피신을 가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잠을 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간절할 정도로 극장은 시원했습니다만...

그리하여 올해는 에어컨이라는 생활 가전을 구입했다는 것!
적어도 여름에는 집에서 잠이라도 편하게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