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동안 정동길을 두번 갔었는데, 나무에 저렇게 푸른 줄무늬 니트를 입혀놨다.
하얗고 푸른 것이 어쩐지 자작나무를 보는 것 같아 나는 자꾸 뒤돌아 보았다.
여기서 커피 마실 때만 해도 날이 추웠는데...어느 새 봄비가 내리고 있네. 광화문의 '나무 사이로'. 예전에 인터뷰하러 갔다가 한옥을 고쳐 만들어놓은 분위기가 좋아서 다시 와야지 하다가 1년이 다 지나서 이제야 가봤다. 설연휴에 문을 연 가게가 없어 그런지 사람이 바글바글. 덕분에 안쪽 마루에는 못 앉고, 중간의 별실에 들어갔는데, 오히려 더 좋았다. 문지방이 50cm는 넘는 고로 드나들 때 엄청나게 다리를 들어올려야 해서 힘들었지만, 두 테이블이라 조용하고, 따로 난로도 있고, 창너머 보이는 풍경도 고즈넉하니 좋았다.
우리가 들어가기 전에 한 테이블에 여자 손님 한 명이 노트북을 켜고 작업을 하고 있어서 우리도 조용조용 이야기 나눴는데 그래서 더 좋았다. 각자 커피 가져올 때는 서로 문 열어주고, 쟁반 건네주고 했다. ㅎㅎ 커피도 맛있었다.
페북 이벤트에 당첨된 게 벌써 세번째인가? ^^ 책, 영화에 이어 이번에는 비누형 샴푸.
페친 중에 노무현 정부에서 일을 했고, 시집을 여러권 낸 시인이며, '비누와 시인'이라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분이 있다. 요즘 내 페북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글의 30%는 이 분이 쓰시는 것 같은데, 오랜만에 새 상품을 개발했다며 비누를 보낼테니 사용해보고 모니터를 해줄 사람을 찾는다고 했다. 긴 퍼머머리 다섯명을 모집했는데, "짧은 퍼머머리도 가능한가요?" 댓글을 달았다가 덜컥 당첨됐다. 비누가 온지 2주째, 이 비누로 머리 감고 있는데 생각보다 좋다. 러쉬 샴푸바에 뒤지지 않는 듯. 비누인데도 약간만 비벼도 거품이 굉장히 잘 나고, 헹굴 때 머리 뻣뻣한 건 어쩔 수 없지만, 머리 다 말리고 나면 개운하고 가볍고, 샴푸와 별로 다르지 않다. 일반 비누 쓰면 두피에 더께가 앉는 느낌인데, 이건 두피도 깨끗해지고 뾰루지 나는 것도 없다. 괜히 기분인지는 모르지만 머리카락도 훨씬 덜 빠지는 것 같다. 일주일에 세번은 이걸로 감고, 한번 정도는 샴푸로 감아주는데 딱 좋은 것 같다. 나중에 정식 판매하면 사서 쓸까 싶다.
설 지나고 뒤늦게 신년회. 요즘은 맥주를 500cc만 먹어도 다음 날 뒤끝이 안좋고 배탈이 나는 바람에 본의아니게 소주를 마시고 있다. 맥주뿐 아니라 와인, 막걸리 등 내가 사랑하는 술들은 다 내 체질과 안맞고, 내가 싫어하는 소주는 오히려 뒤끝도 없고 숙취도 덜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나를 거부하고, 내가 안좋아하는 것은 나와 맞고. ㅠ.ㅠ 그렇게 소주를 홀짝 홀짝 마시다 보니 엇! 한쪽병에는 아이유가, 한쪽병에는 수지가 소줏잔을 들고 있어서 같이 놓고 찍어봤다. ㅎㅎㅎ
남산도서관 뒤에 안중근 기념관이 있다는 거 나는 전혀 몰랐다. 어쩌다 온라인 기자단에게 강의를 하게 되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남산으로 갔다. 남산 도서관 정류장 앞에서 나무 계단, 시멘트 계단을 수십계단 오르면 모던한 유리 건물이 나온다. 그곳이 안중근 기념관이다. 입구를 못찾아서 엄청 헤매고 들어갔더니 아직 앞 순서가 끝나지 않아 잠깐 기다렸다. 기다리며 보니 난간 유리에 안중근 의사의 단지한 손바닥 직인이 디자인처럼 찍혀 있어서 사진 한장 찍어봤다.
강의는 주 대상인 대학생들보다 공무원 어른께서 더 좋아하셨다. ^^;;;
이곳이 안중근기념관 전경.
비가 철철 오고 있었지만, 기왕 남산까지 간 것, 하고 싶은 거 하다 오자 싶어서 광화문 가서 학고재 전시회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테라로사 들러서 읽고 있던 책을 다 읽고 저녁 약속에 갔다. 그날 커피를 너무 마셔서 테라로사에는 주문 안하고 그냥 앉아서 책만 읽었다. 학고재부터 테라로사까지 걸었더니 비가 운동화에 스며들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온 것도 오랜만이고, 비 오는 날 밖으로 돌아다닌 것도 오랜만이다. 겨울 내내 잘 신었던 운동화는 빨아서 넣어야겠다. 봄에는 좀 가벼운 새 운동화 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