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산책을 하던 도중,길 한가운데 떨어진 매미 허물을 발견했다.
허물일지라도 한 생명의 탄생에 관련된 것이라 한 켠에 치워주려 주워들었는데,
꿈틀댄다,발로 내 손가락을 움켜쥔다.헉!
그동안 허물은 수없이 봐왔지만 이렇게 허물을 벗기 직전의 매미는 처음이다.
조심스레 집에 데리고 와서 투명한 컵에 넣어두고 관찰을 하기로 했다.
계속 발버둥을 치는데 아마도 허물을 벗으려는 몸부림인 듯.
산고의 고통에 견줘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움지이고 쉬기를 반복하는 걸 보며
카메라로 촬영도 하고 동영상도 찍다가 잤는데...
푹 자고 일어나자마자 보니 아직도 몸부림 중이었다.
잠시 볼 일을 보고 들어왔는데 아뿔싸!
그 사이에 허물을 벗고 나와있다.
아직 날개는 접혀 있고 날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는 듯 발버둥을 치는데...
허물을 빠져나오는 감동적인 광경은 놓쳤지만 이게 어디?
동영상을 부지런히 찍으면서 관찰을 하다가 얼마간 날개가 펴지는 걸 보고
조심스레 데리고 나가서 근처의 감나무 기둥에 붙여 줬다.
본능적인 것일까?위로 위로 하염없이 올라만 간다.
잘 살라고,좋은 짝꿍 만나서 사랑도 하고 후손도 많이 남기라고 덕담을 하며
한동안 지켜보다가 등이 벌어진 허물만 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차를 마시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나의 섹스 라이프가 매미를 구해준 것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허물에 갇혀 미처 즐기지 못하는 여인들의 허물을 벗겨 주고 조용히 보내서
마음껏 활개를 치며 살도록 해주는 게 즐거운 1인이 미개인 아닌가?
그녀들의 속 옷 하나 정도를 흔적으로 간직하는 게 다이지만 뿌듯하다!
자칫 사람들의 발에 밟혔거나 차에 깔려 으스러졌을 수도 있는 녀석을 구해서
무난히 허물을 벗도록 해주고 자연으로 돌려보냈으니...
그리고 허물 하나 가지게 된 것에 뿌듯해 하니...
매미는 보통 7년 정도를,길면 15년까지도 땅 속에 있다가 나와서
허물을 벗고 맴맴 울면서 살다가
며칠이 지나면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은 후 죽는다던데
보이는 건 며칠이 다이지만 실은 기나긴 기다림의 삶이 있었으니...
어찌 매미의 삶이 짧다고만 할 것인가?
나를 알기 전엔 거의 절망까지 했던 여인들이 용기를 내서 문을 두드리고
쉽잖은 검증 과정을 거쳐 나의 여친이 된 후,
이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황홀경을 맛보고 삶의 의미를 되찾은 후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된 여인이 얼마나 많은가!
매미에게 생명의 은인이듯 그녀들에게도 어쩌면 생명의 은인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 뿌듯하고 나 자신이 참 대견하다!
나 말고도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없지 않겠지만
키우고 즐기다가 고스란히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나만큼 쿨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하니 흐뭇하고 내가 사랑스러워진다.
나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영웅이어서 이런 내공을 갖게 된 것 아닐까 싶지만,
이대로 산다면 내생에서도 이 이상으로 뿌듯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윤회설을 믿는 건 아니지만 또 아나?^*^
불가의 설에 따르자면 해탈을 하면 다시 안 태어난다니...
난 해탈까지는 안 될 것이고 다시 태어날 것이니,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젠 여자로 태어나서 많은 남자들을
쿨하게 일깨워주고 그들의 아내에게 조용히 돌려보내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런 후배들을 많이 만들어서 제비들이나 꽃뱀들이 발을 못 붙이게 만들고도 싶고..
아~나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영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