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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션] 8월 스케줄


BY 사교계여우 2021-08-01

폭우 쏟아지던 날, 상암동 감독님 작업실에서 마지막 대본 회의를 했다. 스태프가 꾸려지고 스케줄이 나오기 시작하던 때라, 벽에 큼직하게 붙은 스케줄표를 보고 감개무량하여 한번 찍어봤다. 회의하면서 감독님이 "작가님, 대본리딩 때 오셔야 되는 거 알죠?"했다. 안다고 했더니,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며, 날더러 세상 쿨한 작가라고 했다. 나 거기 간다고 2주 동안 옷쇼핑 하고 다녔는데...ㅋㅋㅋ 세상 쿨한 것 같은 작가의 이면이랄까.
마포쪽 한강 나들목에 있는 예쁜 벤치
[오늘의미션] 8월 스..
요즘 운동이라고는 하루에 2분 플랭크 하는 것 밖에 없어서 너무 운동량이 모자라는 것 같아 8월부터 저녁에 한강산책을 하고 있다. 우리집 앞에서 한강으로 나가 마포까지 걷고 돌아와도 6천보 정도이지만, 그 정도만 걸어도 저녁에 잠이 쉽게 든다. 불면증이며 짜증이며 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방구석에 처박혀 있어 그렇구나 싶다.
저물녘에 산책을 하면 덤으로 멋진 노을까지 감상할 수 있다. 뷰가 예쁜 곳에서는 무조건 엎드린다. 플랭크 인증샷을 찍으려고. ㅋㅋ 이 마저도 폭우가 미친듯이 쏟아질 때는 못 나갔다. 한강 넘친다고 나들목을 막아놓기도 했고. 그제 나갔더니 인도로 강이 넘쳐서 진흙뻘이 되어 있었다. 수영도 못가니 당분간은 한강산책을 자주 해야겠다.
한강 산책하는데, 다리 밑에서 왜가리 같은 새가 뭔가를 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물고기를 잡아 먹고 있었다!! @.@ 대박 놀라서 줌 땡겨 찍음. 잘 보이지 않지만 쟤가 지금 물고기 잡아먹는 중이어라.
광교 쇼핑몰 앞에 피어있던 범의 꼬리.
모르는 꽃을 사진 찍어 네이버앱의 렌즈를 돌리면 이름이 검색된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네이버앱을 깔기 싫어 안깔다가 최근에 QR체크인을 하려면 깔아야 된데서 어쩔 수 없이 깔았기에, 이런 기능이 있는 줄 몰랐다. 내가 구글로 꽃의 특징을 일일이 쳐서 (ex. 흰색 테두리 잎, 개나리 닮은 꽃 등) 검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배들이 까무라쳤다. "언니, 이제까지 그렇게 검색했단 말이에요?" 하하하, 진땀 나라. 빼박 아날로그 세대로군. 하지만 말이지 삼색버드나무 사진으로 네이버렌즈 검색하니까 엉뚱한 것만 쏟아지던 걸? 그거 역시 100% 믿을 수는 없다고.
그러나 이제 저는 이런 꽃을 찍어서 네이버앱에 돌리게 되었고요, 범의 꼬리라는 것을 10초만에 알게 되었답니다. 세상 편리한데 왜 입맛이 씁쓸한지는 잘 모르겠다.
한강이 넘쳐 못나가게 된 날, 와우산 쪽으로 산책을 했다. 산울림 소극장 가는 길에 마을버스를 잘못 타서 한번 내려본 적이 있는 동네인데, 골목골목 걸어가게 된 건 처음이었다. 홍대 뒷쪽으로 이렇게 높은 언덕이 있는 줄도 몰랐고, 여기에 이렇게 많은 집이 있는지도 몰랐다. 홍대 앞 쪽에 20년을 살았는데, 어떻게 이런 동네가 있는 걸 몰랐을까? 걷기만 해도 사우나 같은 습한 공기 속에 어둑어둑한 길을 가자니 좀 무섭기도 하고 옛날 사진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