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흐린 날, 하얗게 드는 빛이 집안 곳곳에 내려앉는다. 오빠가 아끼는 오브제들이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는 카메라를 꺼내고, 달은 음악을 선곡한다. 현관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슬리퍼를 끌고 그렇게 집을 누빈다. 정말이지 좋은 곳이다. 드높은 천장, 높다란 창문에서부터 떨어지는 빛, 부엌의 세심한 차림새, 적재적소에 배치된 가구와 소품들. 이 모두가 잘 어우러져 하나의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인테리어의 완성은 조명과 패브릭이라고 늘 생각해 왔는데, 여기엔 하나를 더할 수 있다. 오랜 계획과 풍부한 상상이 빚어낸 견고함. 그건 물성의 가장 기초, 건축과도 관련된 것이겠지. 그게 공간을 누비는 내게도 스며든다. .
나는 혼자만의 휴가, 이른 여름을 상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