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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션] 내인생에서 최고로 어이없고 허탈했던 순간


BY 사교계여우 2018-08-25 01:18:49


제 나이 20대 후반에 있었던 일입니다. 제 인생에선 역대급 어이상실이라 적어봅니다.

3년간 헌신을 다해 다니던 회사에서 슬럼프가 와서 시간을 내어 이직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면접 시간은 저녁7시30분까지였고, 분당부터 여의도까지 칼퇴근하고 눈썹을 희날리며 달려서
다행히 7시 20-25분쯤 회사앞에 도착했습니다.

제 앞 지원자가 아직 면접 중이길래 '오.. 생각보다 면접이 오랜 시간 보는가보다...' 하고 대기실에 가만히 앉아있었죠.
그때 한 여성 직원분이 퇴근하면서, 저를 보며 '저 분 나오시면 들어가시면되요~' 하고 가방을 메고 가더군요.
그래서 '인사팀인가?? 우리 회사 인사팀은 면접 스케줄 잡히면 퇴근도 못하고 기다리던데 여긴 쿨하네~' 하고
그냥 아무생각없이 계속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7시 35분쯤이 되도 전~~~~혀 나올 기미가 없길래 계속 긴장하면서 기다렸죠.

7시 40분쯤인가?
제 전 지원자가 나오는게 아니라 인터뷰어(외국인)가 나오더니
"당신이 ㅁㅁㅁ인가요?"
라고 묻더니, 미팅룸이 꽉찼는지 "우리 일층으로 내려가요~" 하더라구요.
전 속으로 '음... 커피숍에 가서 면접을 보는건가? 역시 외국계열 회사라 프리하구나..!' 하고 따라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당신 이력서 가져왔나요?" 라고 묻더군요.
이미 1차 면접에서 이력서를 제출한 바 있었고, 2차 면접은 빈손으로 오라 했기 때문에 전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네??? 이력서...?? 아니요. 가져오지 않았는데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아 잠깐만!" 하더니, 엘레베이터 내려가며 손가락으로 스크롤을 하며 휴대폰으로 제 이력서를 보더군요.
그때부터 '아..........정말...... 성의 1도없네..........'라는 생각과 함께 안좋은 느낌이 왔습니다.

1층 도착.
요즘 건물처럼 1층에 막 커피숍도 있는 건물이 아니고,
약간 예전식 건물인데 경비아저씨 한분있고 엘베있고 화장실있고 그닥 넓지 않은... 그런 1층이었습니다.
경비아저씨 옆에 그냥 테이블 하나랑 의자 2개 있는데 갑자기 거기 털썩 앉더군요.
'뭐지???? 여기서하는건가???' 생각하며 따라앉았습니다.

정말로 거짓말 하나도 안보테고 5미터 정도 옆에 경비아저씨가 계시고,
또 정말로 거짓말 하나도 안보테고, TV 볼륨을 어마어마하게 크게 보고 계셔서
(드라마같았는데 여자가 막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는 장면같았음)
핸드폰보면서 제게 몇 가지 질문을 하는데,
오히려 제가 "머라구요? 저 소리가 너무 커서 질문이 잘 들리지 않아요." 라고 2번이나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 인터뷰어도 도저히 안되겠는지 "ㅇㅇ씨... 다시 올라가요." 이러면서, 질문 세 개 정도 하고, 5분 지나서 다시 올라갔습니다.

이때가 한 8시조금 안되었죠.
다시 올라가서 탕비실로 가더니 "여기 잠깐 앉아있어요~~:
이러고는 본인은 미팅룸으로 들어갔습니다. (응.......!!!!???????????)

미팅룸이 투명해서 보이는데, 다른 여자2명과 엑셀 파일을 열어놓고 뭐라고 얘기를 주고받습니다. (??!!?!!?!)
...........잠깐 급하게 뭐 조언해주러 들어간건가....? 했지만 아니었습니다. 그냥 아예 지네끼리 뭔가 하고 있더군요.

그렇게 10분이 지나고, 저녁을 먹고 들어온건지 한국인 남자 3명정도가 들어오더군요.
탕비실에 있는 날 보고 "안녕하세요~ 음료수 드세요." 하고 음료수를 건네주고 갑니다.
인터뷰어도 뭔가 너무 늦어지는게 스스로 느껴지는지
제 전 면접자가 아직도 있는 다른 미팅룸으로 갔다가 나와서
'조금 더 기다려야할거같아요.' 라고 하고는(?!?!?!?!!) 다시 미팅하러 들어갔습니다.




8시 25분.
아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기분이 멍멍이같아서 면접 합격되도 안다닐거같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사장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통화 가능하세요??
저 지금 여기서 정확히 1시간째 기다리고있어요.
저 면접 못 볼것 같아요. 보고 싶지 않아요."
-????네???? 무슨말씀이세요???

정황을 들어보니
제 전 지원자가 늦게왔고 그래서 인터뷰가 늦어졌다고 하던데, 날 기다리게 할줄은 몰랐다고 하더군요.

아니.............. 그 사람이 늦었는데 왜 내가 기다려야하는지.............
그렇게까지 그 사람이 맘에들면 저보고 그냥 가라하던가..........
아님 저를 먼저 진행하고서 끝나면, 그 사람을 다시 하던가............
너무나도 당연한 의사결정을 이따구로 하는 사람이랑은 합격해도 함께 일 못할것같다고 했습니다.
사장은 연신 미안하다며 자기가 전화해보겠다고 해서 그냥 제가 얘기하겠다고 하고..
인터뷰어는 미팅들어갔으니 한국인담당자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전화끊고 들어가서 그 사람찾아서 인터뷰 진행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뒤,
그 사람은 엄청 당황하고 있는 사이에 앞 지원자가 나오더군요.. 사장이랑 통화하는 사이에 면접 끝난듯 보였습니다.
sorry나 please라는 단어 하나 없이 저들은 뭐가 저렇게 당당한가 싶어서
거기서 꾸역꾸역 면접을 보면 정말 바보등신이 되는 느낌이 들 것 같았습니다.



다시 먼먼 길을 가는데 서러워서 눈물이 다 나더라구요.
그동안 바빠서 칼퇴하는것도 눈치보였고, 퇴근 시간 9호선 급행은 낑겨서 멘탈 털리고
간만에 힐 신어서 발도 너무 아팠는데..
내 이런 수고와 시간을 저딴식으로 취급하는 저 태도들이 너무너무 실망스럽고 어이없고 허탈해서......
그래도 '나도 너네를 평가하는거야 미친것들아' 마인드로 나왔는데, 아무래도 잘한것 같긴 하더라구요.

예전의 나같으면 기분 팍 상하더라도 노예근성으로 면접을 봤겠지요.
그래도 회사생활 좀 해봤다고, 아닌건 매몰차게 끊을 필요도 있다는걸 느꼈던터라 실행에 바로 옮겼던 것 같네요.
별진짜... 아직도 그 브랜드 로고만 보면 부들부들 화가난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