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다시 찾은 혜화동 로터리...
어제 집에 가며 미리 봐둔 롯데리아 옆골목으로 접어들며 나온씨어터까지 생각보다 짧은 거리에 네이버 지도를 보며 걱정했던 것이 기우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연시작 시간보다 1시간반이나 공연장에 일찍 도착한 덕분에 같이 간 분이랑 맨 앞줄 중간좌석을 얻은 것은 정말 행운이었구요.
사전에 미리 안나푸르나가 엄홍길 대장도 쉽게 정복하지 못한 히말라야의 산봉우리라는 것과 사다리외에 다른 소품 없이 공연한다는 것, 그리고 주연배우들간의 관계와 약간의 스토리를 알고 갔는데 공연을 보면서 제가 알고 간 것은 정말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정보였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또, 가족의 일부는 아니지만 극 중간중간에 여러가지 역할로 나와주신 두 분 때문에 웃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구요. 미녀들의 수다속 주인공들로 분하셨을 땐, 실제 브로닌과 자밀라, 사오리가 제 앞에 있는 듯한 착각까지 했어요.
특히나 공연 중간에 대영과 준기가 피운 "모닥불"이 되어 절 앞에 두고 실제로 불을 쬐는 듯한 모습을 취하셔서 때론 난감하기도 하고 때론 재밌기도 하고 뜻밖이었지만, 공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어요. 간간히 잊지 않고 불을 쬐주셔서 더욱 즐거웠구요. (사실 손바닥을 쫙펴서 제 얼굴 앞에 대셨을 땐 손바닥을 살며시 하이파이브 해드려야 할지 말지 무척 고민되기도 했어요. ^^; 또, 준기가 지영이 애기 낳는 과정에서 피를 보고 토하는 장면에선 등을 두드려 드리기도 했어요. 왠지 그래야 될 것 같아서요 ^^;;; 관객과 함께하는 공연이란 관점에선 가능한 일일듯 싶은데.. 저만 너무 좋은 경험 한 거 같아서 약간 죄송하기도 해요. )
초반엔 서로 무시하고 상처주고 티격태격하면서도 결국엔 가족이기에 서로 걱정해주고 감싸주고 힘을 주는 모습에서 또 한번 빙그레 웃었답니다.
연극내내 긍정적인 모습이 매력적이던 난희와 준기의 캐릭터가 너무 좋았구요.
사랑스런 조카를 직접 받아낸 대영이 원하는 직업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젠 피를 보는 게 무섭지 않게 되었으니까 혹시나 의사면허 다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구 아니면 정말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도 좋을 듯 싶어요.
이쁜 안나가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행복하게 자라길 바라면서 후기 마칠께요.
좋은 공연 보여주셔서 감사드리구요. ^^ 어설픈 후기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