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간간히 내리지만 오랫만에 대학로에 남편과 함께 아르코예술극장에 가서
의미있는 주말이었다.
작년 남산 드라마센터를 가득 채웠던 극단 실험극장의 "고곤의 선물"을 볼 수 있는
기회 정말 가슴 속에 평생 각인될 최고의 작품을 만났다.
정동환, 서이숙, 박윤희 등 불같은 에너지로 객석을 사로 잡는 배우들의 연기, 세련된 연출,
아르코 예술극장 강렬한 음향으로 감동의 무대였다.
고곤(Gorgon)은 바라만 보아도 돌로 변해버리는 메두사라고 한다.
한 천재 극작가의 죽음을 시작으로 그의 작품 세계와 신념을 파헤쳐가는 <고곤의 선물>은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인물들이 현실의 이야기와 뒤섞이며 끊임없는 공간과 시간의 변화
마치 한 인간의 내부를 해부해가는 추리극처럼 의문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낸다.
탁월한 희곡을 남긴 천재 극작가 에드어드 담슨의 사망으로 젊은 연극 교수 필립 담슨이
그의 아버지 에드워드 담슨의 평전을 쓰고자 헬렌에게 부탁한다.
에드워드와의 과거 얘기를 들려 주기 시작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연기하는 정동환은 조용하지만 단호한 말은 극중 에드워드 담슨의 절절한 대사처럼
깊은 감명을 주었다.
내 나이와 비슷한 서이숙 극중 헬렌역에 감정 몰입되어 슬픈 연기를
섬세한 표정과 음성으로 잊을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장장 2시간 30분을 몰입해 연기하는 폭팔적인 연기력은 내내 가슴속에 울림을
주었다.
에드워드 담슨의 대사 중 "연극은 영원히 죽지 않는 종교"라고 말하는 대목은
가장 기억해 남는다.
강렬한 퍼포먼스와 코러스 웅장함이 곁들인 세심한 연출 등 하나 하나
놓치기 아까워 작품에 몰입되었다.
문화의 향연을 만날 수 있는 행복한 밤이었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