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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부자' 양도세는 내리고, '두부세'는 물리고…"


BY 2009-03-17

[홍성태의 '세상 읽기'] 이런 나라가 어디에 있나?

(프레시안 / 홍성태 / 2009-03-16)


이명박 대통령 왈, 이런 나라가 어디에 있느냐고 한다. 그러자 많은 시민들이 그에게 되묻기를 정말 이런 나라가 어디에 있느냐고 한다. 언뜻 보기에 무슨 고상한 선문답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 시민들의 '대화'는 고상한 선문답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시민들에게 화를 낸 것이고, 이에 대해 시민들은 당신이야말로 문제의 원천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이런 나라'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아닌가?


나는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발언을 전해 듣고 정말 이런 나라가 어디에 있느냐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말 여러 면에서 그런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대불공공단의 몇몇 전봇대만이 아니라 전국의 780만 개가 넘는 전봇대들에 신경 써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진솔하게 자신들을 돌아보기 바라면서 여기서 그 이유를 몇 가지만 간추려서 제시해 보고자 한다.


▲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 하고 역정을 내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말, 이런 나라가 어디 있
나"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몇 가지 가르
쳐주겠다. ⓒ프레시안 (조형=손문상 화백)


첫째,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비난인지 불평인지 잘 모르겠지만 역시 국민들을 비난하는 발언인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렇게 주장할 만한 사건들로는 한반도 대운하와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에 대한 반대는 물론이고 종합부동산세 무력화, 금산(金産) 분리 완화, 수도권 규제 완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 비정규직 연장, 미디어 관계법 개악, 4대강 살리기, 경인운하 등에 대한 반대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이른바 '무조건 반대'는 단 하나도 없다. 많은 전문가와 시민들이 철저히 연구해서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야말로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으며 국민들을 불행하게 만들 재벌과 토건 중심의 후진적인 정책들을 '무조건 강행'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촛불 재판'에서 판사들에게 해당 법의 위헌성을 무시하고 재판을 강행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지법장이 당당하게 대법관이 되더니 놀랍게도 '촛불 재판'의 상고심을 배당받아서 그 불법성을 최종적으로 판결하게 되었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정말 어디에 있는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헌법에 규정된 '판사의 독립' 조항을 무시하고 판사에게 압력을 행사한 신영철 대법관을 언제까지 옹호할 것인가?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무조건 옹호'야말로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는 한탄을 절로 내뱉게 하고 있지 않은가?


셋째, 신영철 대법관의 잘못에 대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뜻을 밝힌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자신의 땅 투기 사실이 밝혀졌을 뿐만 아니라 그 보도에 대해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았다. 이렇듯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계속 청와대 대변인 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심지어 '촛불 집회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런 나라가 세상에 또 어디에 있는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국민들에게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백악관 대변인이었다면 벌써 오래 전에 물러나지 않았겠는가?


넷째, 2%의 부자들이 내는 종합부동산세는 폐지하고 대다수 서민들이 즐겨 먹는 두부에 부가세를 매기겠다니,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부자들의 가슴에 박힌 대못을 빼내고 서민들의 가슴에 전봇대를 박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부자들에게는 '감세 선물'을 주고 서민들에게는 '증세 폭탄'을 던지고 있지 않는가?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비정규직을 더욱 양산하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식으로 터무니없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에 '강남'의 중산층조차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해 비판하고 나서는 것이 아닌가?


다섯째, 이른바 '슈퍼 추경'으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지만 그 세원은 대체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종합부동산세 무력화에 이어 양도세 완화도 해 주는 식으로 열심히 '부자 감세'를 강행하면서 어떻게 '슈퍼 추경'을 하겠다는 것인가?
두부세를 신설하는 식으로 서민들의 등골을 빼서 마련하겠다는 것인가?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나라 빚이 300조 원에 이르렀는데 여기서 어떻게 무려 30조 원의 나라 빚을 더 지겠다는 것인가?
결국 '슈퍼 추경'은 '슈퍼 증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서민들에게 '슈퍼 증세 폭탄'을 던지기 위해 몸을 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섯째, 이렇게 서민들에게 '슈퍼 증세 폭탄'을 던지고 기껏 추진하는 것이 이름만 바꾼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아닌가?

한국은 병적으로 비대한 토건업 때문에 무너지고 있는 나라이다. 막대한 재정을 탕진하고 소중한 국토를 파괴하는 토건국가 문제 때문에 한국은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개발꾼과 투기꾼이 나라를 그야말로 말아먹고 있으니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겠는가?

'4대강 살리기'와 '경인운하'는 나라를 구하는 사업이 아니라 망치는 사업이다. 고용 효과와 경제 효과가 모두 낮은 시대착오적 토건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면, 이 나라는 이른바 '남미형 국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일곱째,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녹색 성장'이니 '녹색 뉴딜'이라고 외치면서 사실상 '회색 파괴'요 '회색 헌딜'인 후진적인 토건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녹색'을 외친다고 '녹색'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핵발전소 확충과 '4대강 죽이기'는 결코 '녹색'일 수 없다. '4대강 살리기'라는 것의 실체가 워낙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보니 독극물에 오염된 미국의 어떤 강을 찍은 사진을 도용해서 우리 강이 죽었다고 홍보하는 거짓말 동영상까지 만들게 된 것이 아닌가? 경제 위기를 빌미로 재정 탕진과 국토 파괴의 후진적인 토건 사업을 강행하면, 경제 위기는 결국 국가 위기로 확산되고 말 것이다.


여덟째,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좌파 정부'로 규정하고 그 기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비난하면서 정작 그 시기에 이루어진 대표적인 의혹 사업인 '한탄강댐 건설 사업'에 대해서는 전혀 제지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무엇보다 '토건 세력'을 대표하기 때문인가?

전임 정부에 대해 시대착오적인 '색깔론' 비난을 하지 말던가, 아니면 큰 문제를 안고 있는 의혹 사업을 철저히 규명하던가, 둘 중의 하나는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부터 나서서 전임 정부에 대해 격렬히 욕을 퍼부으면서 정작 극히 중대한 의혹 사업은 고스란히 물려받는 나라가 세상에 또 어디에 있는가?


아홉째, 일제의 식민지 시대에 커다란 발전이 이루어졌다며 일제를 공공연히 찬양하고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의 독재를 노골적으로 칭송하는 자들이 권력을 휘두르고 교과서를 뜯어고치고 특강을 하고 다니니, 세상에 이렇게 민족의 역사와 민주주의가 무시당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민족주의와 민주주의는 헌법에 규정된 이 나라의 기본요건이 아닌가? 지금 이 나라는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민족주의의 면에서도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자기 역사를 훼손하는 나라가 또 있는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이밖에도 참담한 '용산 참사'와 황당한 '미디어 관계법 개악' 등 쓸 이유는 아주 많지만 여기서 그만 써야겠다. 피곤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가장 큰 특징은 국민이 제기하는 비판에는 귀를 막고 국민을 비난하는 데는 열을 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은 경주마처럼 자기 앞밖에 보지 못하는가? 그러나 그럴수록 실패한 권력이 되기 쉬울 것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이고, 멀리 가는 새는 높이 날아야 하는 법이며, 비판에 올바로 귀를 기울여야 진정으로 발전할 수 있는 법이다. 권력이 귀 막히고 눈 가려진 경주마처럼 자기 앞만 보고 치달려서야 되겠는가?


※ 출처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316101041

ⓒ 홍성태 상지대 교수·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