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입장에서는 솔직이 아직까지는 돼지독감이라는 것이 강건너 불구경인 셈입니다. 그래도 누구나 이런 궁금증을 가지실 겁니다.
"왜 멕시코만 저렇게 사망률이 높은 거야? 1600명 감염에 벌써 100명이 훨씬 넘게 사망자가 생겼잖아.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을 보면 아직 사망자가 한명도 없는데 말이지...."
오늘은 미국의 Slate지(www.slate.com)의 기사(링크)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4가지 정도 가능성을 놓고 멕시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추측해 보고 이런 높은 사망률을 설명하는 기사입니다.
가능성 1: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돼지독감에 대한 저항성에 차이가 있다.
이런 가설은 아메리카에 진출한 유럽인들을 따라 묻어온 천연두 바이러스가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했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나온 것 같은데.... 당시 유럽인들이야 지독한 천연두 유행을 통해 살아 남은 사람들이었고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천연두에 대한 일체의 면역이 없는 상황이었으니 그런 큰 차이가 났지... 지금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그런 크나 큰 면역적 차이를 만들 장애물이란 상상하기 힘들죠. 일단 이 가설은 기각....
가능성 2: 멕시코와 미국의 돼지독감은 서로 다른 변종(strain)이다. WHO와 CDC가 아직 이 차이를 알지 못하고 있는 거 아니냐?
돼지독감 초창기에는 염려해 볼 수도 있던 가능성이지만, 현재는 미국과 멕시코에서 발견된 돼지독감은 유전적으로 일치하고 있는 것이 밝혀졌으니.. 이 가능성도 패스....
가능성 3: 다른 국가들과 달리 현재 멕시코에선 돼지독감 말고도 또 다른 병균이 있어서 이들의 공동 감염으로 더 높은 치사율을 보이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CDC가 멕시코에서 가져온 샘플로 일단 웬만한 병균들은 다 테스트를 해 봤는데 아직까지는 네거티브 결과만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병균들을 모두 검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일단 어느 정도의 가능성은 남겨 두어도 좋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가지 미국과 멕시코의 차이가 있다면 멕시코 시티의 심각한 공기 오염인데.... 이런 공해가 독감의 진행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가능성 4: 미국과 멕시코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돼지독감을 감시하는 것은 아닌지....
그러니까... 미국의 경우는 최초 돼지독감 발생이 미국방부의 글로벌 인플루엔저 감시 프로그램에 의해 포착(링크)이 되었죠. 즉 아주 아주 초기에 돼지독감의 발병을 잡아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현재 방역도 치밀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반면에 멕시코의 경우.... 말이 좋아 환자가 1600명이지.... 돼지독감이 모두 사망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초기에는 여타 감기나 독감과증상에 하등의 차이도 없고.. 실제로 미국의 경우를 봐도 딱이 별 다른 치료가 없이도 저절로 치유가 되고 있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돼지독감에 노출이 되고 실제로 감염이 되었다가 저절로 치유가 되었을지... 그 숫자를 어림잡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BBC의 보도를 봐도 나오지만 현재 멕시코 의료당국의 상황이 차분히 질병 통계 챙기고 지방이나 지역 병원에 치료제 공급하고 하는 질서있는 상황이 아니고 혼란 그 자체인데... 어느 정도 몸살 기운이 있다가 저절로 회복이 된 경우가 통계 비슷한 것에라도 잡히겠냐는 거죠.
그러니 멕시코 전체 인구가 1억1천만명인데... 지금 보도되듯이 1600명 환자중에 100여명 사망자가 나온것이 아니라... 환자였던 사람의 수가 10만명이나 100만명이라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라는 거죠. 만약 실제 돼지독감균에 노출이 되었다가 미약하게나마 감염이 되었다 회복이 된 경우를 1백만명으로만 잡아도 졸지에 치사율은 6%대가 아닌 0.01%대로 뚝 떨어지는 거죠.
자 이 정도라면 이제 두가지 가능성으로 좁혀 볼 수 있겠네요...
우선 진짜로 1600명 환자중에서 100여명이 사망했다면.... 현재 멕시코의 상황을 보나.. 아니면 멕시코에 여행갔다가 돌아온 몇몇 나라의 여행객들의 상태를 보나... 생각보다 인간-인간으로의 감염율이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멕시코의 상황이 제대로 된 감염자나 사망자 통계를 집계하지 못하는 엉망인 상태라면... 즉 1600명의 환자가 아니라 1백만명 정도의 환자(그럴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봅니다)가 발생했다가 저절로 치유되고 100여명 정도의 사망자만 나왔다면... 의외로 이번 돼지독감은 치사율이 현저히 낮은 독감 바이러스일 수도 있겠죠.
아~~~ 최악의 시나리오로... 환자도 많고 실제 사망자도 100여명 수준이 아니라 뒤에 '0'이 하나 더 붙을 정도로 많은데.. 멕시코 방역 당국이 통계를 조작하는 상황이라면... 쩝~~ 그렇다면 또 얘기가 많이 달라지기는 할테지만...
제가 여러분들께 드릴 수 있는 현실적인 상황인식이라면 다음과 같을 것 같습니다.
앞서 제가 말씀 드린 어느 정도 낙관적인 상황과 마지막에 언급한 최악의 상황... 이들 둘 사이의 어떤 지점에 진실이 있겠죠.
지난 주 금요일에 미국 보건 당국자들이 대거 멕시코로 갔습니다. 벌써 수요일이니 제법 많은 자료와 시료를 모았겠죠. 차차 멕시코의 높은 사망률이란 비밀도 구체적으로 그 정체를 드러낼 때가 가까이 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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