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고위급 관료들이 잇따라 탈북하고 있는 것을
두고 체제붕괴의 전조현상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탈북자가 2만 명을 넘고
있지만 최근 고위급 탈북자들은 단순한 식량난 때문이
아니라는 점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러시아에 밀입국했던 북한 통역관
최모씨가 최근 망명신청을 했고, 평양 옥류관의 네팔분점
책임자였던 양모씨도 최근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지난해 10월에는 주 에티오피아 북한대사관 직원과
동북아지역 공관급 외교관 그리고 외화벌이 총회사 사장도
한국에 입국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소위 북한사회의 엘리트계층으로 식량난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입니다.그렇다고 무슨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 나온
것도 아닙니다.따라서 이들의 탈북 동기는 해외생활을 하면서
북한체제에 대한 염증이 커졌고, 자본주의체제의 풍요와
자유를 향유하고 싶은 생각이 커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는 지난 1990년 통일이 이루어진 독일의 통독이전 동독탈출
사례와 유사한 것으로 북한 역시 체제 붕괴가 멀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독일은 통일이 이뤄지기 직전인 1989년 9월부터 10월 초 사이에
10만명에 달하는 동독인들이 헝가리 폴란드 체코주재 서독대사관
또는 동서독 국경선을 통해 서독으로 도망쳐 나왔습니다. 그런데 당시
동독인들은 지금의 북한처럼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굶주림을 피해 탈출한 것이 아니라 공산주의
체제로부터 자유를 찾기 위한 탈출이었던 것입니다.
최근 북한에서 후계자인 김정은이 등장한 이후 일부 주민과 젊은
엘리트 그룹을 중심으로 반 김정은 여론이 확산되고, 체제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현한 낙서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도
체제 붕괴의 전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특히 최근 국경지역을 통해 도강하고 있는 탈북자들도 일반 주민보다는
중상류층이 많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합니다.
아무튼 북한 고위급이나 상류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북한을 탈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내부불만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만큼 우리도 북한 체제 붕괴 이후의 일을 대비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