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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흔남...인과응보의 날


BY 미개인 2014-08-12

아침에 서둘러서 차만 세워두고 근처만 청소를 한 뒤 서둘러 돌아왔는데...

비 갠 뒤 화창한 날씨여서 그런지 전화가 불이 난다.

 

한 어르신의 오토바이를 고쳐드리러 출장을 가는데 요철도로를 지나자마자 뭐가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났지만 

오토바이가 워낙 고물이라 어딘가가 깨져서 떨어진 거겠지 하고 지나쳤는데,목적지에 도달해 끄려고 하니 키뭉치가 없다.

아뿔싸!

가게,차,컨테이너 등 모든 키가 다 있는 뭉치인데...

서둘러 달려온 길을 되짚어 가는데 이런!앞 차가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갑자기 좌회전을 하며 앞을 가로막는다.

다행히 나의 놀라운 운전솜씨로 (ㅋㅋ) 충돌을 피하고 황망해 하는 여운전자를 안심시키고 조심하라며 돌아서서 또 달렸다.

아까 소리 났던 부근을 아무리 찾아봐도 아무 것도 없는 게 아닌가?

소리를 들을 당시 바로 확인을 못한 자신을 가책하며 포기하고 가려는데 반대편 차선에서 승합차가 서며 "키 떨어뜨리셨죠?"한다.

그러더니 유턴을 해서 이끌어 주시며 키를 주워서 한 켠에 치워뒀노라며 직접 챙겨서 건네 주신다.^*^

백골난망~

그런데 그 분은 뒤도 안 돌아보고 다시 유턴을 해서 돌아가신다.

인사도 제대로 못드렸는데...

복 많이 받으소서!속으로만 기원을 하며 그 젊은 분의 전도가 창창하기만을 빌었다.

방금 전의 사고일보작전의 상황에서 만일 개지랄이라도 떨었더라면 이런 행운이 내게 와줬을까?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래,앞으로도 조금 손해를 본다는 기분으로 살아가자꾸나!

 

저녁 일곱 시...참으로 고맙게 끝까지 나의 애마 노릇을 해주는 고물 오토바이를 타고 탈탈탈...

봉주로를 달리고 23번 도로를 달리며 편의점과 연립주택의 한 켠에 쌓인 박스 등의 파지를 싣다 보니 어느 새 한 짐이 돼버렸다.

갈 때는 1번 국도로 조금 빨리 가야지...룰루랄라~하면서 차량이 있는 곳으로 갔다.

젖었던 피켓들도 잘 말라서 건재했고,현수막도 바람에 팔랑이며 활짝 웃고 있었다.

아직 어둡질 않아서 차안의 낫을 꺼내 들고 차의 꽁무니 부분의 무성한 풀숲을 헤치며 정리하고 있는데...

그냥 지나가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한 젊은 친구가 말을 걸어온다.

"저어~혹시 블로그의 그 분이신가요?이런 일을 하시게 된 계기쯤을 듣고 싶어서요..."하며 머뭇머뭇 말을 걸어온다.

이럴 수가...

화들짝 반가와서 근처의 벤치로 가 나란히 앉았다.

그리곤 대충 상황 파악을 위해 이런저런 이야길 해보니 나의 블로그를 찾아서 꽤 많은 글을 읽었고,사정도 많이 아는 편이었다.

옛날 옛적에 천리안을 하면서 온라인 친구들을 만나던 것과 ,작년쯤 안사모 친구분이 직접 찾아와 주신 이외엔 처음의 경험이다.

더군다나 난 누군지도 모르는데...

블로그를 통해 나의 꽤 많은 부분을 알고 있기에 ,그가 듣고 싶어하는 나의 시위에 집중해서 이야길 하면서 ,슬쩍 쳐다보니 와우~얼굴도 미소년이다.

조각한 듯 참으로 곱게 생긴 미소년으로 보이는데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대학 4학년이란다.

친일 매국노 척결 시위와 단국대 치대병원과의 투쟁,그리고 좋흔남 운동에 이르기까지 주루룩 훑었고,

위즈돔의 이야기까지 마치고 헤어지니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나있었다.

밤 열 시가 넘어있었고,아직 저녁식사 전임에도 불구하고 배가 고픈 줄 모르겠고,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쌀쌀해진 밤바람을 안고 돌아오는데도 전혀 추운 줄 몰랐다.

글쎄,대부분의 이야기가 블로그에 언급해둔 것들인지라 어떤 느낌으로 들었을지 모르겠으나 ,

혹시 그는 나의 육성으로 듣고 싶었던 건 아닐까?

정말 자신의 머리와 손으로 쓴 것일지가 궁금했던 건 아닐까?

여튼 꽤 많은 나의 글을 읽어줬고,평소 천호지 공원으로 운동을 다니면서 한 번쯤 직접 만나서 이야길 해보고 싶어해줬다는 게 감동적이었다.

내가 여자도 아니고 ,더군다나 나이도 쉰내나는 나이인데,이 늦은 시간에 나의 따분한 이야길 경청해주다니...

언젠가 또 만나게 되면 기필코 식사든 차든 한 잔 대접하고 싶다.

 

10 시  반이 넘어있었고,주린 배를 채우려 얼른 라면이나 하나 끓여먹자고 준비를 하는데,

누가 왔다.또 남자다.

바로 갑으로 착한 아저씨...

몇 번 왔다 갔다시며 잠시만 기다리라고 곧 온다고 나가신다.

그러더니 자그마한 수박을 한 통 들고 오셨다.

잉?수박도 기르셨어요?했더니 얼버무리시는 게 그 어려운 수박을 기르셨을 리 없고 누가 몇 통 들고 왔거나 싸니까 한 통 사오셨거나 했을 것 같다.

에효~황감했지만 안 받을 수도 없어 감사히 먹겠다고 우렁차게 인사를 드리고 받았다.

올 여름 처음으로 수박을 먹어보는 것이다.

인근 슈퍼마켓에서 아주 싸게 나오는 걸 보곤 한 통 사다 먹을까 망설여본 적만 있지 아직 한 번도 사다먹질 못했던 것인데,

유난히 여유가 없던 올핸 ,가게에 잘 있지도 않으니 갖다 주시는 분도 없었고,사다가 다 먹지도 못 할 게 분명해서 ...

여름에 꼭 먹어야 할 과일인 건 모르지 않으면서도 못 사먹었던 건데...

이건 통 자체도 적당히 작고 하니 내일 믹서에 껍질까지 갈아서 천호지 공원에서 아침 식사할 때 국물로 먹어야겠다.

통과일 먹으며 국물로 수박 갈은 것을...^*^

이건 남기지 않고 싹싹 먹어야지.

올해 먹는 마지막 수박이 될지도 모르는데...

 

미개인아!

넌 무슨 복이 그리도 많아서 오늘처럼 행복한 날을 맞았다니?

가게 일도 적당히 했고,좋은 사람들을 아주 많이 만나고,참으로 가슴 설레는 날을 맞이했구나!

이대로 죽어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정말 후회가 없을 듯해서 잠이나 제대로 잘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