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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반성문 “구치소에서 샴푸 빌려…고마웠다”


BY nong 2015-02-13

재판장, 비뚤어진 ‘황제 경영’ 질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무너뜨려” 징역 1년 선고
“항공보안법 규정 ‘운항중’은 문이 닫힌 때부터 시작
사무장에 대한 위력 행사는기장에게 한 것과 동일” 

“돈과 지위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 자존감을 무릎 꿇린 사건이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심이 있었다면, 직원을 노예쯤으로만 여기지 않았다면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다.”

 

12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오성우 재판장은 작은 견과류 서비스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된 이번 사건의 근본적 원인을 재벌 총수 일가의 비뚤어진 ‘황제 경영’에서 찾았다. 재판장은 사건 당시 “#조현아 전 부사장이 비행기를 자가용마냥 후진시켰다”는 1등석 승객의 진술을 언급하며 “비상식적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1심 선고 직전까지 모두 6차례나 반성문을 제출했던 조 전 부사장은 선고일인 12일에도 일곱번째 반성문을 추가로 냈지만 결국 실형을 피하지는 못했다. 이날 재판장은 형사재판에서는 이례적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이 낸 반성문을 직접 읽어내려갔다. “박창진 사무장 등도 다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다.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면목 없고 진심으로 죄송하다… 30일 동안 구치소 생활에서 제게 주어진 건 두루마리 휴지와 수저, 비누, 양말 두 켤레가 전부였다. 주위 분들이 샴푸와 린스를 빌려주고 과자도 내주었다. 고마웠다. 더 고마웠던 것은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게 배려라고 생각한다. 저는 배려가 부족했다.”

 

조 전 부사장은 재판장이 자신이 쓴 반성문을 읽는 동안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꼈다. 공판 과정에서 승무원과 기장에게 회항 책임을 돌렸던 조 전 부사장의 갑작스런 ‘반성’에 대해 재판장은 “반성문을 보면 반성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 전 부사장에게 선고된 징역 1년은 유죄가 인정된 항공보안법의 항로변경죄(징역 1~10년)의 최저형에 해당한다. 항공보안법의 안전운항저해폭행죄, 업무방해죄와 강요죄까지 유죄가 인정됐는데도 가중처벌하지는 않았다. 사실상 다른 범죄들은 유죄만 인정됐을 뿐 양형에 포함시키지 않은 셈이다. 앞서 검찰은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회항으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법정에 나와 박창진 사무장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한 점도 반영됐다.

 

한편 재판부는 핵심 쟁점이던 ‘지상 주기장=항로’ 여부에 대해 비교적 명쾌하게 정리했다. 변호인단은 ‘주기장(램프)에서 17m 회항시킨 것은 항로변경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항공보안법이 규정한 ‘운항중’은 항공기 문이 닫힌 때부터 시작한다. 이는 이륙 전 지상이동 상태까지 포함하는 것”이라며 “항로를 (지상을 제외한) 고도 200m 이상의 ‘항공로’로 좁혀 해석할 경우 항공보안법의 입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 쪽 주장대로라면 지상에서의 강제 회항을 처벌할 규정이 없는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회항의 최종 결정은 기장이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기장은 조 전 부사장이 항공기 내에서 욕설을 하고 화를 내며 박 사무장 하기를 요구하는 위세와 위력에 제압돼 리턴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항공기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기내 안내방송이 있었고, 토잉카로 항공기가 이동하는 경우 관성의 법칙 때문에 항공기가 움직이는 것을 알게 되고, 후진하는 경우에는 더 확실히 알 수 있다”고 일축했다.

 

변호인들은 난감해하며 곧 회의를 열어 항소심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서창희 변호사는 “판결문을 검토하고 조 전 부사장과 협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78268.html?_ns=c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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