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5일-金비에
젖어볼까
전국 강한 바람과 비.
여름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지만(허만하 시인)
봄비는 둥글둥글 내리는 꿀비,
단비, 약비, 복비.
풀 나뭇잎 파릇파릇 돋우는 녹우(綠雨).
모낼 무렵 때맞춰 내리는 목비,
모종비.
봄비는 흠뻑 맞으며 논밭에서 일하는 일비.
여름비는 낮잠 자기 좋은 잠비.
가을비는 떡이나 해 먹으며 쉬는 떡비.
겨울비는 술 마시며 놀기 좋은
술비.
가을비는 처량하고 겨울비는 생뚱맞다.
여름에 오는 비는 너무 당연해서 ‘여름비’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반면 ‘봄비’는 만물을 소생시키고
새로운 생명을 키워내는 신비한 이미지가 있다.
그래서 봄비에 흠뻑 젖어 보고
싶다.
하지만 만용은 금물.
황사 다음에 오는 봄비는 공해 덩어리.
만물 소생은 커녕 머리카락만 빠진다.
봄비 소식.
피하는 게 상책이다.
봄비 한잔에 추억 두 사발.
금요일 밤이라 회식자리 등 귀가가 늦을 것 같은
이들은
우산을 챙겨 외출해야겠다.
이번 주말엔 또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있다고 하니
맑은 하늘을 기대하고 봄나들이를 계획했던 분들은
일정을 연기하거나 조정해야겠다.
비가 서운하신 이들도 있겠지만
메마른 논밭과 들녘엔 꿀맛 같은 단비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