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식품기업의 아버지라고 하실 수 있는 분이 별세하셨다.
1969년 내가 태어난 그 해에 세상에 카레가 나왔다. 어릴 적 일요일 아침이면 언니랑 동생이랑 감자며 당근이며 썰어가며 어설픈 솜씨로 카레를 만들던 아련한 추억이 있다.
창문을 열어둔 일욜 늦은 아침의 알싸한 기운과 감자써는 소리, 물의 양을 맞추느라 재잘되는 자매들의 목소리... 아마도 그 즈음의 우리들에게 엄마의 주말 수고를 덜어주는 첫 요리는 오뚜기 카레가 아니었을까?
'일요일은 오뚜기카레~' 라는 TV광고처럼 오뚜기는 우리 가정 곳곳의 식탁 문화를 이끌어 온 그런 기업이다. 두뇌건강에 좋다는 카레, 토마토로 만든 케찹, 계란 베이스의 마요네스..... 건강한 식탁의 기본들이다.
오뚜기의 온라인 광고대행 일을 하면서도 한 번도 그 분을 뵌 적이 없다. 그런데 오뚜기의 제품을 접하면서 나는 꼭 한 번 그 분을 뵙고 싶었다. 그 분의 식품에 대한 열정, 연로하신 연세에도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제품 만들기에 도전하시는 이야기를 멀리서나마 전해들으면서 그 분의 생각을 그분의 마음을 나는 꼭 한번 직접 묻고 듣고 싶었다.
나의 용기가 부족해서일까? 결국 뵙지 못하고 그 분은 세상을 뜨셨다.
어제 부고를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한 번도 뵌적이 없는 클라이언트의 창업주..... 거기 개인적인 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가슴이 먹먹하고 ... 우리 나라 식품 기업의 대부가 가셨구나...... 마음이 안타까웠다. 생전에 용기내서 한번 꼭 찾아뵙고 그 분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했어야 했는데...
나의 입장이라는 것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어 선뜻 그런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식품이라는 것이 본래 엄마가 집에서 만들던 것들이고 식품의 공업화에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먹을거리를 책임진다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은 무거운 일일 것이다. 조금만 잘못되도 세상의 질타를 받을 수 있는 일,... 사람의 건강과 관련되어있는 일이기에.... 우리 생활의 기초가 되는 일이기에..
오뚜기와 인연을 맺으면서 나는 오뚜기라는 기업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고, 주부로서의 관심과 동시에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그 분의 기업 경영 정신도 배우고 싶었다.
오뚜기는 1등 제품이 많다. 카레, 케찹, 마요네스, 후추, 참기름.... 등등
오뚜기는 작년에 라면업계 2위 자리에 올랐다.
오뚜기는 식품 사업에 집중한다.
오뚜기는 직접 외식업을 하지 않고 그야말로 동네 분식집, 식당 들과 윈윈하는 기업이다
오뚜기는 절약하는 기업이다. 여름에 에어컨, 겨울에 난방 때문에 회의실이 엄청 덥고, 춥다.
오뚜기는 좋은 일을 티내지 않고 사회공익을 이벤트로 만들지 않는다.
오뚜기는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오뚜기 로고에는 우리 서민들의 삶이 그대로 묻어있는 것 같다.
세련되지는 않아도 친근함이 있다.
마트에 가면 오뚜기 제품이 조금씩 더 싸다.
과대한 포장을 하지 않는다. 겉 포장을 화려하게 하느라 소비자가가 올라가는 일은 하지 않는다. 광고를 하는 나로서는 간혹 세련된 패키지가 아쉬울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근본적으로 그 뜻에 동의한다.
제품에 충실한 기업, 식품기업이라는 그 본질에 충실한 기업이 오뚜기가 아닌가 싶다.
오뚜기는 우리 세대에는 추억이 있는 브랜드다.
오뚜기 함태호 명예회장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