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6일-가을엔 ‘손 편지’
구름 낀 가을 초입.
기억의 파편 속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가을날’ 중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니
무더위도 관망의 대상으로 바뀐다.
지금쯤 강원 평창군 봉평면은
메밀꽃으로 온통 새하얀 융단이 깔렸다.
햇살을 품은 새하얀 꽃잎이
살랑대는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순백의 메밀꽃밭이 장관을 연출한다.
다시 찾아온 가을.
야속하게 흐르는 시간에 쓸쓸해진 마음,
흐드러진 메밀꽃으로 달래볼까.
점심시간 우연히 본 머리 위 파란 하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대신 유행가 가사처럼 편지 쓰기로 마음을 달래볼까.
e메일이 아닌,
누군가에게 손 글씨로 쓴 편지를 보낸 것이 언제인가.
편지와 함께 책 한 권을 같이 부치면
잊지 못할 선물이 될 듯.
우체국에 들러 소포 무개를 재고,
풀칠하고, 우표 붙이다 보면
‘아날로그 통신’의 따뜻함을 느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