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5일-유혹의 맛
누가 겨울바다를 낭만이라 했나.
모처럼 주말이라 다녀온 겨울바다여행.
그러나 예상했던 낭만과는 달리
썰렁한 해변에 매서운 바닷바람,
뼛속까지 얼겠더라.
그래도 상큼한 생굴과
시원한 바지락 국물 한 사발이면
언 몸이 녹아 내렸지.
쫄깃탱탱한 조개구이와
혀끝에 감기는 바다 향기 머금고
부어라 마셔라 밤을 새워도
소주는 달기만 했다.
올겨울도 국민들의 한숨에 건배.
윽,
안주 없는 소주가 첫 잔부터 쓰디쓰다.
소주하면 역시 생각나는게 안주!
혀끝 얼얼하게 화끈화끈한 불닭.
입안에 불활활 타오르는 낙지볶음.
고추양념에 고추기름까지
온몸 짜릿짜릿하게 하는 짬뽕.
눈물콧물 범벅에 땀 뻘뻘,
정신까지 아득한 아귀찜.
매운 것은 맛이 아닌 아픈 감각.
뇌는 그 통증을 없애기 위해
즉각 엔도르핀을 분비한다.
매운 요리를 먹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하는 이유는
매운맛을 느끼게하는 아픔을 잊게하기 위해
대뇌에서 엔돌핀을 분비하도록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 환부 없는 통증의 황홀함.
땅거미 어둑어둑.
참을 수 없는 매운 것의 유혹.
소주 한 잔과 함께 어우러진
그 유혹의 맛에
쓴 인생을 잠시 잊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