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4일-번갯불에 콩 굽기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태양의 표면 온도는 섭씨 6000도 정도인데
번개의 온도는 이보다 다섯 배인 약 3만 도다.
요즘 연일 하늘에서 번쩍거리는 번개는
한 가정에서 두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전력.
따라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콩에 번갯불이 닿는 순간
흔적도 남지 않고 타버리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
가을이 도둑같이 슬며시 오셨다.
산과 강, 하늘, 바다가 한껏 정갈하다.
길가 코스모스 한들한들,
해바라기 밭에 출렁이는 웃음바다.
발그레 물든 대추 볼.
고개 숙인 벼 이삭.
윙윙윙, 바람 파도타기 하는 잠자리 떼.
자연은 신이 만든
‘글자 없는 책(無字天書)’.
지배하지 않고,
강제하지 않고,
조직하지 않는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가을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