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이었다
대백남문에서 남자친구와 만나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시내까지 나와 대백대백까지 오는 동안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었다. 어떻게 할 수도 없어서 남문앞에 서서 손수건으로 머리닦고 젖은 옷을 톡톡 거리고 있었다.
근데 날선 청바지에 뽀송뽀송한 면티에 빗물 한방울 튀지않은 하얀 운동화를 신고 나타난 그.
이미 게임은 오버됐다. 이 비에 저렇게 깔끔하게 온 사람이라면 손잡아도 되겠다 싶었다. 그리고 벌써 30년째 산다.
그날의 비밀을 나는 신혼여행 가서 알았다. 왜냐 그날도 비가 억수같이 왔었다.둘다 생쥐꼴을 했기 때문이다.
대백남문. 대구백화점의 남쪽 출입구이다.
그날 남편은 다젖은 옷과 신발을 백화점서 사입고 나타났던 거다...속았다.
지금 남편은 늘 우산을 버리고 온다. 차 트렁크에 몇개씩 실려 오곤 한다...내가 미쵸..미쵸..
아직도 운동화는 또 사고 들고오길래 아들이 닮지않길 바랬는데 그 놈은 한수 위다..아예 날 사진 한장으로 할매를 만들어버린 녀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