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2일-진부하지만 새로운
오리털 점퍼를 껴입고 햇살을 받으며 돌아다니느라
오랜만에 ‘겨땀’이 났다.
세탁소에 보내야 할지 고민이다.
추위에 약한 게 여자.
두툼한 옷 없이는 잠시도 외출할 엄두가 안 나
겨우내 한 번도 빨지 않고 ‘단벌 숙녀’인 양 입고 다녔다.
겨울과 봄 사이.
대신 입을 옷을 고르려 옷장을 여니
“어머나! 마땅한 옷이 없네!”
따뜻한 바람에 마음이 열리기 전
지갑부터 열리겠다.
그나저나 시장에 온갖 봄나물들 지천이다.
쑥 달래 냉이 죽순 두릅 미나리 돌나물 참나물….
봄동에 얼갈이김치도 먹음직스럽고,
여수돌산 갓김치 한입 깨무니 알이 투두둑 터진다.
혀끝에 살짝 걸리는 쌉싸름한 봄맛.
내친김에 조금 더 쓴 고들빼기김치 한 가닥 입에 가득 넣고
눈을 흘겨본다.
역시 달디 단 인생보다,
약간 쓴맛 든 인생이 더 인생답다.
펄벅은 말했다.
젊은 사람은 아는 것이 많지 않아
불가능한 일에 무모하게 도전하고,
때로는 그것을 달성한다고.
수세대에 걸쳐 그런 일들이 일어났고,
그렇게 세상은 조금씩 변했다.
2월의 마지막 주말.
말 그대로 ‘반짝 추위’만 남은 봄.
‘무모한 일’을 계획해 보기 딱 좋을 때.
실패하면 어떤가.
도전 꿈 희망이란 단어는 진부해도
실제로 해 보면 하루하루가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