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파란바다가 보이는 지심도 언덕에서> 2. 지심도를 오르며... 우리는 섬에 올랐다. 그렇다. 그 표현이 맞다. 산을 오르듯 섬을 올라야만 했다. 섬에 내리기전 우리가 바라본 섬은 파도가 거센 날이면 거센 파도가 섬 전체를 덮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만큼 납작한 섬이었다. 적어도 겉에서 보기엔 그랬다. 하지만 섬에 도착하고 보니 상황은 달랐다. 산을 오르듯 꽤 가파른 길들이 지그재그로 이어져 있었다. 동백섬 지심도는 길이 아름다웠다. 연인이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에 적당한 넓이의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동백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길 양옆으로도 동백나무며, 이름 모를 다양한 상록수들이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시골에서 시멘트 길을 만나면 흉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이곳 시멘트 포장길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풍성한 자연과 어울린 탓에 시멘트의 그 흉함까지 덮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길을 따라 오르다 옛 초등학교 자리를 만났다. 교실이 하나, 아니면 둘 정도 였을까?. 작은 학교라서 운동장도 작기만 하다. 폐허의 운동장을 둘러 동백이 피어 있었다. 운동장을 가로지르다보니 뚝뚝 모가지를 꺽고 널려있는 동백꽃도 보였다. 지심도의 동백은 3월에도 이미 지고 있었다. 폐교에서 나와 길을 조금 더 오르면 해군시설물이 있고, 그 옆으로 포 진지 가는 좁은 오솔길이 있었다. 그길을 따라 들어가니 지금까지 왔던 길들보다 더 원시적인 길이다. 그 길 끝에 포를 설치했던 흔적이 몇곳 있었고, 탄약고 건물도 남아 있었다. 음산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탄약고 건물에 들어갔다. 무섭다고 발길을 멈추는 아이들 손을 꼭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두칸의 방으로 나눠진 그곳은 워낙 컴컴하여 안이 보이지 않았다. 탄약고를 빠져나와 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섬 일주를 계속 하다 멈춘곳은 넓은 잔디밭 이었다. 양쪽으로 아름다운 바다가 보였다. 어떻게 만들어진 곳인지는 몰라도 넓직한 잔디밭과 파란 바다, 그리고 저 멀리 바다와 맞닿은 하늘까지 모두 잘 어울린다.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장승포에서 사온 충무김밥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아름다운 바다 때문이었을까? 그동안 여러번 충무김밥을 먹어 보았지만 이번이 가장 맛있는 것 같았다. 현석이와 다솜이도 아주 맛있다며 서로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열심이었다. 봄바람에 게눈 감추듯 김밥 점심 식사를 마치고 한동안 한가한 마음으로 바다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