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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쉼, 휴양림을 가다


BY kyou723 2008-01-21

독일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뭔지 모를 편안한 공기가 엄습해왔다. 목구멍까지 치밀어오르는, 알싸하면서도 울컥해지는 덩어리 눈물이 봇물처럼 쏟아질 것만 같았다. 이렇게도 내 땅이 뿜어내는 공기와 온도가 좋은 줄 몰랐다.

 한 달간 한국에서 휴가차 있게 되면서 공사간에 계획했던 프로그램을 짜는 것도 뒤로 미룬 채 조용한 곳에서 지친 심신에 휴식을 주고 싶었다. ‘먼 이국 땅에 살면서 그동안 수고했노라고’ 격려해주며 ‘휴식’이라는 이름의 포상을 나에게 안겨주고 싶었다.

이렇게 휴식을 위해 물색한 곳이 대전에 있는 ‘장태산 자연휴양림’이다. 물론 대전에 사는 친척이 있어 추천한 것도 있지만, 인터넷 어디메선가 이곳이 크리스마스에 가볼만한 휴양지로 선정되었다는 점도 은근히 맘에 들었다. 게다가 그동안 산을 볼 수 없는 지역에 살았던 터라 유난히도 우리 산에 대한 그리움이 일었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베를린은 지역 전체가 평지라서 산이 없다. 약간 지대가 높더라도 구릉보다 얕은 정도이고, 게다가 인공적으로 조성된 구릉도 있다. 우리처럼 아름드리 산은 찾아볼 수 없어서인지 대리만족을 위해 도시 곳곳에 나무와 공원을 열심히 조성하는지 모른다. 아무튼 우리나라처럼 오밀조밀 재미있게 조성된 도시경관이며, 깊은 산에서 숨박꼭질하는 것처럼 장관을 이루는 섬세한 풍광은 찾아볼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좁고 오밀조밀한 우리의 도시경관을 투정하며 때로는 손바닥만한 땅덩어리라며 비약하곤 하지만, 그래도 난 볼거리 많은 재미있는 우리나라에 한 표를 얹고 싶다.


 * 개인이 운영해왔다고 하는데, 그분 동상인 것 같다.


 * 개천처럼 보이는 곳에 얼음이 얼어있다.


 * 하늘을 가릴 것 같은 울창한 메타세콰이어 숲


 * 호수가 얼어있다.


 * 구름다리 위에서~~

우리 가족이 방문한 날은 며칠 전부터 내린 눈으로 산과 나무들이 흰눈과 어우러져 무늬를 수놓고 있었다. 그 형상은 마치 시루떡을 연상케 했다. 문득 어릴 적 어머니가 떡시루를 놓고 만들었던 고슬고슬 멥쌀시루떡이 생각났지만, 금강산은 식후에 본다지만 장태산은 워낙에 질좋은 삼림욕장이어서 신선한 공기만으로도 배부를 것 같았다. 그래서 시루떡의 연상을 기억에서 지우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보통 삼림욕 하면 ‘피톤치드’라는 물질이 생각나는데, 그 뜻은 ‘피톤’이 식물이라는 의미이고 ‘치드’는 죽인다는 뜻이다. 즉 피톤치드는 식물이 주변의 미생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발산하는 물질로 인체에는 정말 유익한 물질이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울창한 숲을 걷는 것만으로도 어느 보약보다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곳 휴양림은 삼림욕하기에 적절한 곳이고 주변이 워낙 조용해서 편안한 휴식처로도 안성마춤인 것 같다.

장태산 자연휴양림은 대전 서구 장안동에 위치해 있고, 주변경관이 워낙 수려해서 대전 8경 중의 하나에 속한다고 한다. 특히 자연 상태의 잡목 숲을 배경으로 평지에 고유 수종인 밤나무, 잣나무, 은행나무 등 유실수, 소나무, 두충 등을 계획적으로 조림했고, 미국에서 들여온 메타세콰이아, 독일 가문비나무 등 외래 수종을 배열하여 독특하게 조성된 아름다운 휴양림이다. 울창한 메타세콰이어의 이국적 자태가 마치 외국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겨울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 한적하고 그윽한 숲의 정경이 마치 옛 성을 가로질러 달리는 마차의 말발굽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이국적 정취가 느껴졌다. 그리 작지않은 공간인지라 당연히 국가가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2002년인 6년 전까지는 개인이 운영했다고 해서 놀랐다.

즉 이곳은 전국 최초로 민간인이 운영했으나, 관리의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결국 02년 2월 대전시가 인수해서 리모델링 후 06년 4월 25일부터 개방했다고 한다.

이곳에는 가족들을 위해 숙박시설도 구비되어 있는데 숲속의 집 등 12동 26실로 140명 정도를 수용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그림같은 호수, 괴암괴석 등 주변 경관이 절경이며 질서있게 조성되어진 나무들이 많고 길 또한 잘 다듬어져 있어서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숲이 내뿜는 즐거운 기운을 듬뿍 들이마시며 내 심신은 모처럼 기분좋은 웃음을 짓는 것만 같다. 가족 단위로 한 번쯤 쉼을 위해 조용한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곳.

한국에서 휴가 중 멋진 추억을 안겨준 장태산 자락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박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