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야말로 돌멩이 장난감 세대다.
돌멩이로 공기놀이도 하고, 납작한 돌로 땅따먹기도 하고, 돌을 차면서 게임하는 파리방 놀이도 내 어린 날의 유희 중 하나였다. 이러한 돌멩이를 비롯한 돈 안드는 천연자연이 내 놀이공간이었다. 여름이면 흐르는 시냇물에서 멱을 감고 겨울엔 고지를 점령하듯 뒷산을 오르며 태극기를 꽂는 즐거움에 푹 빠졌었다. 그야말로 자연이 나의 친구이자 장난감이었다.
그러나 두 살 터울인 바로 아래 남동생만 해도 자연에서 조금 비껴간 장난감을 소유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프로야구가 판을 치던 그때, 야구 글러브와 야구공, 야구방망이는 동생이 가장 아끼는 장난감이었고, 막 등장한 레고 비슷한 블록도 남동생의 손아귀에서 스물거렸었다. 그 자그마한 몇 개의 블록은 나중에 알고 보니 ‘레고’라는 장난감이었다.
비교적 많은 시간이 흘러 현재 고3이 된 내 조카녀석의 꼬마시절엔 단연 레고가 인기 폭발이었다. 조카의 어린 시절을 지켜본 나로서는 그 아이의 레고사랑을 공감하기도 버거울 정도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에야 겨우 레고의 품에서 벗어난 조카는 지금도 공부하다가 레고 조각을 만지작거리는 레고 마니아다.
조카가 들으면 환장할 그 마법의 땅, 레고랜드가 베를린에 있다. 베를린의 신생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포츠담 광장. 그곳에 위치한 레고랜드는 주말이면 아이들을 위시한 부모들의 발걸음으로 인산인해다.
대부분 독일회사나 유럽회사들의 역사가 몇 백년 가까이 될 정도로 장구한데 비해 ‘레고랜드’ 회사는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그러나 역사와 상관없이 짧은 시간에 승부사를 낸 레고랜드의 세계 파장력과 경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레고의 시작은 덴마크였다. 1926년 올커크 크리스챤 센이라는 사람이 처음 목공소를 열었는데,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을 위해 장난감을 만들었다고 한다.
결국 그는 1934년에 아이들 장난감을 만드는 ‘레고’라는 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는 처음 가족들이 구성원으로 되어 플라스틱 장난감을 만들게 되었고, 1960년대 초반 레고 시스템 놀이기구를 통해 유럽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난감을 탄생시켰다. 세계의 어린이들은 1년에 50억 시간을 레고와 함께 보낸다고 통계에 나온 바 있다. 1949년 이래로 1천2백50억 개의 레고가 팔려나갔다고 하니 그 유명세를 짐작하기 쉽다. 현재 레고를 발명한 크리스챤센 가족은 덴마크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이라고 한다. 생각의 작은 발현이 이러한 큰 역사를 이루어낸 것이리라.
베를린 레고랜드. 비교적 입장료가 비싸다. 어른, 아이 모두 15유로라는 거액을 받는다. 솔직히 난 그돈 전부 지불하고 입장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반질반질머리족에 속할 정도로 공짜 좋아하는 짠순이 아지매다. 사실 유럽에 살다보면 더욱 알뜰해지는 게 사실이지만, 알뜰하게 들어갈 수 있는 루트가 있음에도 모르고 들어가는 것은 괜히 억울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에도 집 근처 할인매장에서 나눠준 ‘레고랜드’ 입장권이 나와서 가게 되었다. 물론 베를린에는 이것저것 발품만 잘 팔거나 정보에 능하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통로가 많다. 부지런한 자에게 알싸한 티켓이 나오리라...^^
아이들과 레고랜드를 들어서는 순간, 마음껏 널브러져 있는 레고 장난감들이 아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레고를 만들어내는 방법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자유스럽게 레고를 조립할 수 있는 공간들이 아이들을 유혹한다. 베를린의 유명한 건축들을 모형화한 레고 건축물과 레고로 만든 동물원, 그리고 곳곳의 레고 조립물들이 시선을 자극한다.
레고에 몰입하는 아이들을 보며 어른들은 갑자기 공허해지고 심심해지는 것 같다. 솔직히 조립하는 것에 별 관심이 없는 내게는 레고는 작은 장난감 조각에 불과하다. ‘아이들은 레고를 만지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그 생각을 하며 아이들을 주시한다.
유난히 레고나 플레이 모빌 등 블록을 좋아하는 둘째 혜인이는 물만난 듯 레고와 교감에 빠졌다. 레고 속의 작은 세계. 그 미니어처의 가상세계 속의 주인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는 아이들. 그래, 일단 미니어처 속에서 주인이 되어보고, 자라면서 이 세상의 주인이 되는 거야. 알았지?
레고만드는 공정과정을 설명하는 직원분
아이들이 레고에 몰아지경이다.
종류도 가지가지, 여자아이들이 좋아할 레고
레고로 만든 기차. 놀이기구가 재밌었다는 울 딸네미의 후기
하우프반호프 같은데.. 아무튼 베를린의 도시모형
우측으로 브란덴부르크문 모형이 보인다.
베를린 관광 건축물 모형.
지하철 타는 우반 모습
베를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구모형
이 책자는 베를린의 관광지나 기타 시설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정보지.
6유로에 구입가능한 이 책자 속에는 베를린 거의 모든 시설을 50%나 기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티켓 등이 있다
울 둘째딸의 레고현장
그림도 그릴 수 있는 책상과 도구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