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습관을 40대 이전에는 고칠 수 있지만 40이 넘도록 뭐가 잘못되었는지조차 모른다면 그 사람은 이미 끝난 것이다. 불혹, 마지막 승부수가 필요하다.
※ 논어에서 배우는 직장인의 미래설계, 사람경영에 관한 이야기다. 논어는 죽어 있는 한문이 아니라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삶 속에서도 생생히 살아 숨 쉬는 명문이다.
최종엽의 논어 이야기 [3] - 마흔이 넘기 전에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하라
年四十而 연사십이見惡焉,
견오언
其終也已 기종야이
子曰 공자가 말했다.
年四十而見惡焉 나이(年) 마흔(四十)이 되어서도 미움(惡)을 받는다면(見)
其終也已 그것(其)은 이미(已) 끝난(終) 것이다.
(논어 양화편 제26장)
子曰, “나이 마흔이 되어서도 미움을 받으면, 그것은 이미 끝난 것이다.”
공자는 타인으로부터 미움을 받는 사람을 이렇게 정의했다.
다른 사람의 나쁜 점을 말하는 사람, 아래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욕하는 사람, 용맹하기는 하되 예의가 없는 사람, 과감하지만 앞뒤가 꽉 막힌 사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어디서나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어쩌면 당신 또한 이러한 유형에 속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윗사람을 밥 먹듯이 씹어대는 자신 또 한 머지않아 부하직원들의 밥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나이 마흔이 되어서도 미움을 받는다면 그것은 이미 끝난 것이다’ 라는 공자의 말은 미움을 받더라도 40대 이전엔 고칠 가능성이 있지만 40이 넘도록 자신의 문제점을 모른 채로 직장생활을 한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끝이 자명하다는 뜻이다.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40대 중후반의 직장인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회사에 계속 머무를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시기를 봐서 회사를 떠나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최종엽 작가, 커리어 디자이너】직장생활을 어렵게 하는 원인의 8할 이상이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미래가 불투명해서 힘든 것보다 바로 곁에서 매일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미움 덩어리 상사나 동료 때문에 힘든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사실 미움의 8할은 나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상사나 동료의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을 자주 입에 올리고, 스스로 고치기보다는 늘 부족한 상사 때문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 회사의 질서를 무시하고 예의 없이 좌충우돌하고 있다면,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앞뒤가 꽉 막힌 독불장군 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면 그 8할의 책임은 분명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불혹인 마흔이 되도록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런 처신으로 인해 눈치나 미움을 받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재기하기가 어렵다는 공자의 강력한 경고가 섬뜩하지 않은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
과장이 되어서도 고치지 못하고 부장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라면 그 어떤 회사에서도 그런 간부를 임원으로 승진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임원을 꿈꾸는 조직의 간부라면 공자가 말하는 마흔의 경고를 잘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타인에게 미움을 받는 것보다 더 큰 괴로움은 자기 스스로에게 미움을 받는 것이다.
아직 밀려나진 않았지만 구조조정을 걱정하고 있는 자신을 바라볼 때, 나이 사십에 그 어떤 독특한 브랜드나 특기도 없는 무미건조한 직장인인 자신을 바라볼 때, 일요일에 잠으로 하루를 다 보내고 나서도 월요일이면 또 쉬고 싶은 갈증을 느끼는 자신을 바라볼 때, 한 달이 지나도 책 한 권 읽지 못하는 자신을 바라볼 때 자신이 미워진다.
20, 30대는 마흔이 되면 사랑과 이별, 성공과 좌절을 경험하고 세상 어떤 일에도 미혹되지 않는 불혹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젊은 직장인들은 마흔이면 모든 것이 다 안정적으로 갖추어져 있을 거라고 믿으며 20대와 30대를 보낸다.
당연히 결혼하여 아이들은 학교에 잘 다니고 있을 것이고, 크지는 않아도 30평대 아파트에 잘 굴러가는 중형세단은 굴리고 있을 것이고, 더 이상 미래 준비에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듯 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직장생활은 그만 접고 어려서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여유 있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가족 여행을 떠나고 해가 바뀔 때마다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그런 부모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어어’ 하는 사이에 마흔은 훌쩍 지나가게 된다. 어느 것 하나 이룬 것 없이 시간만 흘러갔음을 느끼게 될 때 그것이 미움이 되어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회한이 되어 밀려든다.
마흔이 되기 전 그토록 많은 시간의 기회가 있었지만 되돌아보면 10년 전과 비교해 아무런 변화가 없는 지지부진한 시간의 연속이었음에 스스로가 미워지는 것이다.
당신에게도 곧 마흔이 온다
독일 우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당나귀, 개, 원숭이, 인간에게 공평하게 30년의 수명을 주었으나 당나귀, 개, 원숭이는 수명이 너무 기니 줄여 달라고 했고, 인간은 너무 짧다며 늘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신은 당나귀는 12년, 개는 18년, 원숭이는 20년으로 줄여주고, 남는 수명을 모두 더해 인간에게 주어 70세까지 살게 되었다.
그래서 인간은 30년은 사람처럼 살고 다음 18년은 당나귀, 다음 12년은 개, 마지막 10년은 원숭이처럼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무거운 짐을 숙명처럼 지고 걸어야 하는 당나귀의 삶이 바로 마흔인 것이다.
직장인 나이 40이면 보통 차장 직급에 해당된다. 빠르면 부장이나 차장, 늦으면 과장 직급에 오르는 나이다. 직장인이면 누구나 안다. 숨죽이는 직급의 이름 차장.
더 이상 올라가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머물러 있기는 더욱 어려운 애매한 이름의 직급 차장.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40대 중후반의 직장인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회사에 계속 머무를 수 있는 것 인지 아니면 시기를 봐서 회사를 떠나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그러니 마지막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절대 절명의 나이가 바로 마흔인 것이다
훌쩍 마흔이 오고 나면, 이룬 것이 하나도 없음을 깨닫고 미움이 되어 자기 자신에게 돌아온다.
스물일곱 살에 기업에 입사하여 20년 동안 한곳에서 일을 하고 마흔일곱 살에 퇴직을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사원, 대리, 과장, 차장을 거쳐 부장까지 승진했다.
처음에는 손바닥만 한 일도 헉헉거렸으나 과장이 되고 차장이 되면서 집채만 한 일도 단숨에 해치워버리는 선수가 되었다. 그러던 그가 직장에서 단 한 마디 말도 못하고 밀려났다 .
퇴직 후 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집 안엔 찬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20년 동안 한눈 한번 팔지 않고 죽도록 일만 했는데 직장에서 밀려나 6개월이 지나니 스스로 기가 죽었다.
소심해진 그는 아내의 눈치를 봤고 6개월 놀았다는 죄로 얼굴조차 들지 못한다. 20년 일하고 반 년 쉬는 것이 분명 크게 잘못된 일은 아니다. 그 정도면 다른사람의 경우에는 모두 용서가 된다. 하지만 그게 내 남편일 때는 용서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20대 때에는 마흔이 너무 멀리 있다. 30대 역시 10년 후 마흔이 그리 실감이 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자신의 나이 마흔에는 안정적인 가정에 풍족한 삶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믿고 있을 것이다. 직장인들 중에는 막상 마흔이 되어서도 마흔을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금 당장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처럼만 유지되기를 바라면서 하루하루를 무난하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과장이나 차장 혹은 이른 부장급의 위치에서 나름 보람도 있고 권위도 있고 재미도 있는 그런 시간이기 때문에 때때로 찾아오는 막연한 불안감쯤은 모른 척 외면하고 지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 오십이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서른다섯에서 마흔다섯까지의 시기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나이였음을, 보통의 직장인이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터닝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가 그때였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직장인에게 서른다섯 전후를 전략적으로 보내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그래야 사십의 미움을 극복할 수 있게 되고 오십의 후회를 줄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