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난 남편과 싸웠다.
언성을 높히진 않았지만 난 감정이 무지 상했고 남편에게 정이 떨어졌다.
그날 남편이 책을 한권을 가지고 왔다. 날 주려고 사왔단다.
그런데 난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남편은 솔직한 편이다. 시시콜콜 회사 얘기부터 회식이 있는 경우 누구와 어떤 일로 만난다는 얘기까지 다 한다.
그런데 그날은 왠지 명쾌하지 않았고 돌아와서 물었더니 회사상사랑 맥주 한잔 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한참 한 후에 사실 나오늘 박대리 만났어 하는 것이었다.
열받지만 침작하게 무슨 말을 하는지 다 들었어야 했는데 너무 순간적으로 기분이 상한 나머지 따지기 시작했다.
몇마디 대꾸하더니 너랑은 말이 안된다며 방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박대리는 남편이 알고 있는 회사직원이었는데 나이도 동갑이고 아직 미혼인 여자인지 나도 알고 있다. 또 여러번 얘기 들은 적도 있고...
전공분야가 같고 계속 공부를 하니까 도움받을 일도 있고 해서 잘 지내는 거지 남녀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상식적으로 둘만 만나서 맥주를 마셨다는 건 이해가 안간다.
더우기 처음부터 얘기하지 않은 것도.............
남편이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바람에 싸움은 계속되지 못했다.
난 두 아이를 모두 재우고서 남편이랑 더 얘기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서재에 갔더니 벌써 누워서 잠이 들어 있었다.
핸드폰이 있어서 혹시하고 통화기록을 봤더니 내가 애들 재우는 동안 12시가 넘은 시간인데 전화기록이 있었다. 재다이얼을 눌렀더니 어떤 여자가 받았다. 전화를 끊고 정말 기가 막혀 그날 밤새 잠을 못잤다.
그 다음날부터 남편과 감정 싸움이 시작되었다.
남편 말에 의하면 며칠후에 박대리가 직장을 옮기게 되서 몇몇이서 맥주 한잔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잘 안맞아 그냥 둘이 한잔 하게 되었다고. 얘기하려고 했는데 넌 이런일에 상대방이 여자라는 이유로 기분나뻐하니까 얘기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책은 뭐야...
오래 안 사이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여자가 왜 선물을 해??????
그러고는 날 주려고 사왔다고???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뻤지만 시간이 흐르고 남편이 솔직히 얘기 안한거에 대한 사과를 했고 그나머지는 자기가 미안해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그 일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다.
그런데 오늘 남편 메일을 봤더니 그 여자한테서 메일이 와 있었다. 참으려고 했지만 너무 궁금해서 열어봤더니 안부를 묻는 내용과 썰렁한 유머가 적혀 있었다.
물론 지금도 남녀관계로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기분은 무지 나쁘다.
하루종일 유난히 활달한 두 아이 때문에 그 좋아하는 커피 한잔도 여유있게 못마시고 더우기 내 생활이란건 찾을 수가 없어서 요즘들어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에 힘들어 죽겠는데 자기는 회사동료(?)라는 사람과 퇴근후 시원한 맥주한잔에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하니 너무나 약이 오른다.
난 너무 열받아서 아직 남편이 보지도 않는 그 사람 메일을 지워버렸다. 수신거부까지 설정해 놓았다가 그건 너무하다 싶어 다시 해지해 버렸다.
그러고 난후 내 기분은 정말 엉망이다.
우연히 알게 된 남편 메일의 비밀번호였지만 한번도 함부로 열어본적은 없었는데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자존심이 너무도 상한다.
내가 아직도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면 남편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